- 디어 랄프 로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사실이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굉장히 의아한 일이지만, 잭슨 여사는 한 번도 내가 이야기하는 도중에 깨어나는 법이 없었다. 잭슨 여사는 항상 내 이야기가 일단락이 되면 그때야 눈을 떴고, 이렇게 물었다.
"내가-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그리고 잭슨 여사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지속되었다.
- 손보미, 디어 랄프 로렌, 2018, 문학동네, p.184-185
그리고 문득, 그때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지아 류가 떠올랐다. 그는 앞으로도 내 집 문을 두드릴까? 그가 그 문을 계속 두드린다 하더라도 이제 거기엔 내가 '없다'. 이제 이 세상에, 이 우주에, 내가 머무는 곳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식으로 내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이제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었다.
- 손보미, 디어 랄프 로렌, 2018, 문학동네, p.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