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나에게 있는 '썸띵'은 뭘까.
내게도 그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를 행하고 그 결과로 반드시 더 큰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삶은 얼마나 더 다양한 가짓수의 즐거움으로 내게 화답해 올까.
- 이세라,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Sometimes making sometihg leads to nothing’, 2022, 한겨레출판, p.152
서른넷에 떠난 유학, 서른여섯에야 시작한 그림, 서른아홉에 이뤄진 정식 데뷔. 늦은 시작을 만회하려는 듯 초인적인 열정과 꾸준함으로 일했던 자세, 일흔넷에는 지난 세월을 집대성하는 역작이나 다름없었던 '은하수' 준공까지. 이성자 화백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꿋꿋이 견인해가는 여정에 대해 남보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누구보다 오래 살아남았던 성실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이세라,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명랑한 은하수’, 2022, 한겨레출판, p.146
지금 혹시, 무리하고 있지는 않아? 그러다가도 슬그머니 질문을 바꾸게 된다. 그런데 버티는 시간 없이 삶의, 어떤 사안의 진실에 가닿을 수 있을까?
타인의 어깨너머로 살짝 구경만 하고 온 것 말고, 스스로 '이만하면 됐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버텨보고 싶을 때가 있다. 끝의 끝까지 닿고서야 돌아 나왔다는 느낌. 사실 그건 길을 '돌아' 나온 것이 아니라 '뚫고' 나온 쪽에 가깝고, 그 느낌을 감각했을 때에만 나는 미련 없이 이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완전히 쓰러지느니 간당간당하게라도 버티다 보면 가야할 곳이 보이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이세라,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특기는 오래 버티기’, 2022, 한겨레출판,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