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배우자상에 다녀가는 길입니다
덩치가 큰 당신의 흐느끼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습니다
당신의 표정은 담담함과 슬픔과 웃음이 섞인 듯 했습니다. 당신 부부의 인덕을 증명히는 듯 조문인파가 상당했습니다 줄은 끝도 없이 길었습니다
이어진 줄은 당신의 아내분의 영면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고 그래서 슬퍼하였습니다
허나 제 눈엔 당신의 슬픔은, 몇시간이고 서 있을 당신의 발끝에 가라앉아 좀처럼 슬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 처럼 보였습니다. 정작 고인의 숨이 멎은 그 순간. 그 순간 이후 당신의 슬픔은. 그것은 정작 슬픔을 슬퍼해야 할 사람은 당신인데 슬퍼할 틈이 없는, '예'에 '예'로 대해야 하는 그 모습이 나는 너무나 슬펐습니다.
당신은 열심히 공부했을 것이고
젊은 시절 치기어린 사랑을 했을 것이고
어른 이라고 착각한 서툰 20대를 보냈을것이고
취업을 하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며 매 순간 중요한 결정을 하고 그것에 책임지는 일을하며 점차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겠지요.
허나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 슬픔을 가슴에 묻고 또 묻겠지요
정작 당신의 슬픔을 맞이하는 순간은 변화를 감지한 아이들을 힘겹게 재우고 난 뒤. 어둠이 깔리고 새벽의 밤하늘이 처연한 은빛의 시간일까요
당신의 슬픔을 어찌 위로할까요
그 위로가 진정한 위로가 되려면 당신과 모든이가 당신의 아내를 잊지않고 추억하는 그 순간을, 역사의 더께가 내린 것 처럼 더하고 더하는 수 밖에 없을까요. 위로의 방법을 차마 말로. 글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삶은 시작된 이상 누군가에게 기억되야 가치있는 것으로 남지요. 당신의 아내를 뵌 적은 없지만 당신을 저의 동료로서 기억하고 당신의 아내의 삶을 의미있는 것으로써 기억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저의 추모가 조금이나마 당신의 슬픔을 슬픔으로 남겨두고, 그래서 위로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갑니다
저에게도 아픔과 슬픔이 있지요 그것이 제 안에 존재하고 제 집에 함께 살지요. 허나 나를 둘러싼 공간에는 그것을 잊게해주는 것과 잊어야만 하는 이유가 함께 존재합니다
아픔은 슬픔은. 영원히 함께하겠지만 그것 또한 품고 사는게 남은자의 몫이니 이 길을 가야겠지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2024.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