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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유랑단 Jul 14. 2021

닥치고, 연봉 인상?

각종 취업포털이나 매체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들 중에 이직 사유로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항목이 바로 연봉에 대한 불만입니다. 직장인들이 연봉 때문에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고, 연봉상승만을 위해서 이직을 하는 사람들도 실제로 많습니다. 연봉을 높여서 가는 것 만이 성공적인 이직이라고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구요. 오늘은 그 연봉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연봉? 높으면 당연히 좋습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좀 더 면밀히 따져보아야 할 필요가 있고, 연봉이 다이나믹하게 상승하지 않는데도 이직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봉이 높은 회사는 다 이유가 있다"


다섯군데의 회사를 다녀보면서 저는 연봉이 높은 곳에서도 일해봤고, 낮은 곳에서도 일해본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좀 극단적으로 연봉이 가장 높은 업계인 금융권에서도 있어봤고 가장 낮은 업계인 서비스업에서도 있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내려본 결론은 연봉을 높이 주는 곳은 확실히 근무강도가 높았습니다. 근무강도 라는 것이 어떤 것을 기준으로 놓을지에 따라서도 좀 모호하기도 하고, 주관성이 작용하는 명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돈을 많이 주는 곳은 이유가 있더군요.


주52시간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근무를 했던 연봉이 높은 회사에서는 근로계약서에는 9 to 6 였지만 오전 7시에 출근을 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격주로 토요일 오전에도 출근을 해왔던 적도 있습니다. (그 회사는 주52시간제도 도입 이후에도 야근이 근절되지 않아 지금도 고민이라는 얘기도) 또다른 어떤 회사는 근무 시간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상당히 빠르게 돌아가는 업무속도와 쉴틈없이 일하는 숨막히는 일처리, 보고 문화가 정착된 곳이라 잠시 바람을 쐬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할 여유도 사치일 정도로 정말 하루가 끝나면 혼이 나가버리는 회사에서 근무한 적도 있습니다.


제 사례가 아니더라도 연봉이 높은 사람들은 정말 그만큼의 근무강도를 가진 회사나 업계에서 근무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적어도 어느정도는 비례한다고 보기에 만약 워라밸을 추구하거나, 조금 여유있는 근무문화를 선호하거나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연봉상승만을 목표로 이직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법이니까요.


"지금만 기회가 아니다"


연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는 꼭 이직한 그 '순간' 아니더라도 분명 있습니다. 특히나 요새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성과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내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동일 직급의 동료들보다 더 나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많이있습니다. 때문에 생각보다 연봉이 엄청 높게 상승하여 이직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사내에 그런 보상제도가 합당한 것이 있다면 도전적으로 수용을 해볼 수 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연봉을 포기하는 대신 내 직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명확하다면 그럴 때에는 입사를 해볼 여지가 있기도 합니다. 직장인이 결국 내 몸값을 높일 수 있는 무기는 내 직무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서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업무들을 많이 경험해볼 수 있거나, 내 역할이 더 커져서 깊이는 업무를 해볼 수 있거나, 업무를 잘 전수해줄 수 있는 우수한 실력의 선임자가 있거나 등등의 경우에는 내가 크게 성장을 해서 그 다음번에 이직을 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거나 아니면 사내에서 연봉 협상을 할 때 연봉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또 올 수 있습니다.


저도 이직과정에서 연봉을 거의 못 올리고 이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대신에 업무 경험이 훨씬 넓어질 수 있는 환경이어서 그 다음 회사로 이직할 때에는 경력기술서가 풍부해져서 그 때 못올린 연봉까지 상쇄해서 더 크게 연봉인상을 이루고 다음 직장으로 옮겨갔던 적도 있습니다. 길게 보실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연봉에 숨어있는 착시효과"


보통 연봉은 기본급에 직무수당 또는 정기상여금 같은 비용이 보태어져있고, 연간 성과에 따른 성과급이 별도로 나오는 구조가 일반적이긴 합니다. 여기에 대기업같은 경우에는 복지포인트가 있기도 하고, 아니면 포괄임금제를 따르지 않는 회사의 경우에는 야근수당이 별도로 따로 더 있기도 하고, 명절상여금이 기본연봉 1/n 에 포함되었느냐 아니냐의 여부가 차이가 있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에 적혀있는 액수만 볼 것이 아니라 이런 면면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입사전에 인사담당자와 연봉협상을 할 때 총액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요소에 따라서 세부내역을 반드시 먼저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고, 헤드헌터를 통한 이직의 경우에도 미리 조건을 조목조목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연봉이 겉으로는 높긴 한데 거기에 각종 수당이 잔뜩 붙어있어서 고정유류비 지원은 실제로 업무상 차량 사용에 따른 기름값으로 고스란히 나가서 손에 쥐어지는 돈이 아니었던 적도 있고, 복지비가 현금화 하기 어려운 포인트나 다른 방식으로 제공되었던 곳도 있었습니다. 보통은 기본급이 높으면 좋습니다. 연차미사용분을 정산할 때나 퇴직금을 정산할 때나 명절 상여금을 줄 나 기타 등등의 제반 수당들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기본급을 기준으로 상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연간 성과급은 실제로 회사의 실적이 좋아야만 보너스 개념으로 나오는 것이지 실제 받지 못할 수도 있는 돈이고, 나온다 하더라도 해마다 다르기도 한데 이를 마치 매년 받을 수 있다는 듯이 성과급의 대략적인 예상금액을 연봉에 같이 포함시켜서 협상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연봉 인상률입니다. 이는 정보비대칭으로 지원자 입장에서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긴 합니다만 지금 당장은 연봉이 높이 올라간것 처럼 보여도 알고보니 직급이 상승할 때마다의 연봉 상승률이 낮은 회사라서 장기적으로는 그 전의 회사에서 오래 남아있는게 더 이득이었을 수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직급이 통합되어버리는 곳들도 늘어나는 추세라서 다음 승진이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나서야 찾아와서 연봉이 꽤 오랫동안 묶여있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할 수 도 있으니 이런 점도 확인을 해보셔야 하구요.


당장의 이직 직후의 연봉만 볼 일은 아니랍니다. 그러니 연봉에 숨어있는 요소들을 꼭 하나씩 잘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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