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되고 왜곡된 관념과 인지오류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
<저의 심리학 공부 노트입니다>
제가 힘들 때면 비타민처럼 꺼내 읽는 책이 바로 공지영 작가님의 책들인데요, 그중에서 <딸에게 주는 레시피>의 이 문장은 메모해서 붙여놓을 정도로 저에게 특별합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어떤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표상이다. 가난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가난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학벌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학벌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나를 진정으로 힘들게 하는 거야.’
사실 이 내용은 책을 두 번째 읽었을 때야 그 진정한 의미를 비로소 이해했었습니다. 그만큼 저는 40대란 나이가 되기까지도 자신이나 삶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뭐랄까, 유치하고, 미성숙하고, 과장되고, 비뚤어져 있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오랜 시간 나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은 ‘남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나에게만 일어나는 사건들’ 때문이라고만 원망하고 불안해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불순물들이 가라앉고 잘 들여다보니, 점점 또렷이 들여다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건 그 자체로 괴로웠던 것이 아니라, ‘이래야 한다.’, ‘그러면 안 된다.’, ‘그럴 것이다.’, ‘안될 것이다.’ 같은 나도 모르게 나를 지배하고 있던 수많은 사고가 나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는 ‘고정관념’ 혹은 ‘신념’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해야 가치 있는 삶이야.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어. 같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비합리적인 신념들로 잣대를 들이대고 삶을 마주하게 되면 인생은 괴롭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실망은 하겠지만 다른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성공한 인생이라는 잘못된 신념(혹은 내재하여 있던 이미지)들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거기다 성공 아니면 실패야, 다른 데도 취업 못 할 거야, 노력해봤자 나는 안돼, 좋은 직장에 못 들어가니 사람들이 무시해, 나는 패배자야 등등, 나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과장되고 왜곡되고 굳건하기까지 한 인지적 오류들이 더해지면 어떤 선택들도 실패로 이어지고 삶 전체는 지옥이 되고 맙니다.
즉, 생각-감정-행동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며, 어떤 사건이나 상황 그 자체보다 '자신'의 주관적 해석과 인지 과정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평소 자신의 사고 회로가 무의식중에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오류를 범하면서 우리의 삶까지 무너뜨리는지 스스로 체크할 수 있도록 심리학에서의 인지적 오류 대표 9가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흑백논리(이분법적 사고)
'성공 아니면 실패', 또는 '내 편 아니면 적'처럼 어떤 사건과 사물에 대해 중간의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고 극과 극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사고
2. 과잉 일반화
‘문자를 씹었으니 모두 나를 싫어한다.’라는 식으로, 한두 가지 사건에 근거하여 일반적인 결론(일반화)을 내리고 무관한 상황에도 그 결론을 적용하는 오류
3. 정신적 여과(선택적 추상화)
전체적으로 즐거운 모임이었는데 한 친구의 한두 마디 말에 상처를 받는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선택, 일부적으로만 상황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
4. 의미확대와 의미축소(이중잣대)
어떤 사건의 의미나 중요성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오류.
예) 친구가 한 실수는 괜찮고, 내가 같은 실수를 하면 패배자가 되는 사고
5. 개인화의 오류
자신과 무관한 사건을 모두 나와 연관 지어 잘못 해석하는 오류.
예) 지나가는 사람이 웃었는데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오해
6. 잘못된 명명
극단적이고 정당하지 않는 이름을 자신이나 타인에게 붙여 결과를 유도하게 만드는 오류.
자신이나 타인에게 '쓰레기', '사이코', '변태' 등의 과장된 명칭을 부여하는 경우가 그 예
7. 독심술적 오류
충분한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마음대로 추측하고 단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경우 타인의 마음을 확인할 수 없음에도,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며 자기 생각을 확신하게 된다.
8. 예언자적 오류
충분한 근거 없이 미래의 일을 부정적으로 단정하고 확신하는 오류이다. 이번 일을 해내지 못 할거라 미리 생각하면 결과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9. 감정적 추리
충분한 근거 없이 내 감정이 근거가 되어 ‘그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찝찝한 거 보니, 나를 싫어하는 거 같다.’라는 식으로 현실을 왜곡하게 된다.
자, 그냥 자동적으로 이뤄진다고 여겼던 자신의 사고들에 얼마나 많은 오류들이 있는지, 보이시나요?
저는 앞서 언급했듯이, 예민함과 생각 과잉이라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거기다 저런 잘못된 신념이나 인지적 오류가 더해지다보니 정말 저의 머릿속은 처참하리만큼 엉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앞으로도 나의 기질과 특성을 받아드리고 안고 사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고, 해야합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이 수많은 '고장'들은 어떻게 안고 살아야 하겠지만, 이 잘못된 신념과 인지적 오류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고치고 싶고, 버리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되는 인지적 오류의 치료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동적 사고를 의식적으로 검토하고, 주로 이뤄지는 인지적 오류를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먼저 자신의 부정적 사고 패턴을 알아채는 일, 거기서 부터 시작인것입니다.
그리고 '삶의 의미'를 따지는 것 보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기. 매일, 매시 저 자신을 토닥이고 일으키며 하는 다짐입니다.
어린 시절, 아이의 실수에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아이의 작은 실수에 실패를 경고하는 어른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왜 자꾸 잊어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공부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