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맵_ 모든 위로의 시작, '나 자신'을 알기
경계성 성격 장애
자기애성 성격 장애
인정, 관계 중독
예민함
부모, 과거에 대한 원망
스트레스, 불안, 우울
바로 제가 가진 심리 혹은 정신적 증상들을 나열해본 것입니다.
세상에, 내 편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까지나 한 사람의 인격에 깊은 영향을 미치다니 놀랍지 않나요.
저는 작년부터 마인드맵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읽어왔던 자기계발서나 심리학, 인문과학책들을 단순히 정리하는 것보다는, 나를 기준으로 도식화해보면(혹은 이미지화) 자신을 알아가는데 훨씬 도움이 되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맵을 그리면 그릴수록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쉬지도 않고 튀어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대부분의 심리적 증상을 가지고 있는 속된말로 정신병자였던 겁니다.
그중 경계선 성격 장애의 특징을 살펴보면,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매우 중요하고 불안정한 정체성과 인간관계 그리고 정서를 가지고 있다, 충동적이며 되풀이되는 자해(문자 확인), 만성적 공허함과 빈번한 분노가 나타난다, 등이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조금씩 저에게 해당이 되는 증상입니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에 대한 과대평가와 그에 상반되는 내면의 열등감 그리고 실패와 비판에 민감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등등도 나의 아주 밑바닥에는 어느 정도 그런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용 받지 못했다는 열등감에 인정 중독이나 관계 중독도 당연히 있고, 부모나 과거에 대해 원망도 했던 편입니다.
더구나 기질까지 예민한 편이라 이 모든 증상이 늘 증폭되면서 스트레스, 불안, 우울도 자주 감당하며 사는 것도 같고요.
네, 여기까지만 보면 저는 그냥 정신병자입니다. 그런데 자신을 알기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자기에 대한 과대평가와 그에 상반되는 열등감, 하나만 보면 저는 바로 나르시시스트겠지만, 조금 더 깊이 공부해보면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수용 받기 위해 겉으로 자신감이 있는 척, 과시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에는 타인의 평가와 인정을 애타게 바라는 상처받은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오랜 시간 혼자 있다 보니, 제멋대로고 비뚤어졌지만 한편 불행하고 외롭습니다. 많은 것을 모르는 아이지만 달라져야 하고 바뀌어야 하고 고쳐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아이는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현실적으로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며, 타인의 부정적 태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줄이는 연습을 하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할 줄 아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그렇게 아이는 숨겨진 자신의 길을 찾아내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저의 방법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우주만큼 무수한 사람과 또 그만큼 많은 방법들이 존재할테니까요. 또 어쩌면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는 자체가 환상일지도 혹 가능하다해도 영원히 찾지 못한채 헤멜수도 있을 것입니다.
삐딱한 저 역시 내심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고 받아들이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자신’을 온전히 알고 받아들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내 예상보다 훨씬 처참할지도 모릅니다. 정말 다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약점이라서, 내가 아닌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데 지치다 못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은 저는, 머라도 해보고 싶습니다.
느리더라도 성실하게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나’에 이야기에 정성스레 귀 기울여줘야 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일 거 같다는 알 수 없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그 시간동안은 불행하거나 외롭지 않을 거 같다는 느낌도요.
저는 과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날 수 있을까요.
당신의 마인드맵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고독은 내곁에 아무도 없을 때가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을 의사소통 할 수 없을 때 온다.
—- 칼 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