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가득한 새벽

이전까지의 삶을 생각하면 그저 습관대로 움직이는 기계 같았다

정해지지 않은 가능성들이 나를 설레게 한다.


경기도 광주 외딴 산중은 생활하는 데 물리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 가족의 뜻과 의지가 모여 우리만의 천국이 만들어졌다. 이 꿈같은 현실이 오래 지속되길. 현재의 생활에 무척 만족해서인지 요새는 두통이나 두려움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타인의 판단에 좌지우지되지 말고 스스로 당당하게 행동해야지.


이전까지의 삶을 생각하면 그저 습관대로 움직이는 기계 같았다. 빨간 버튼을 누르면 고글을 쓰고, 파란 버튼을 누르면 연장을 든다.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삶이었다. 그러면서도 나의 주관보다는 타인의 평가가 내 생활을 지배했다. 나 스스로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었다.


요새는 현재 내 태도를 바라보며 내 느낌을 잡으려 노력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건 나 혼자 있을 때건, 나를 돌아보며 객관화하는 일이 주는 파장이 더 커졌다는 생각이다. 지금, 지금의 나를 직시하는 것. 남들과 똑같이 반응하려고 눈치 보지 말 것. 작가의 말과 행동, 생각이 남들과 엇비슷하다면 나의 작품 세계라 할 만한 게 없어진다. 습관대로 말하고 버튼에 따른 동작처럼 행동하지 않으려면 순간순간 나를 돌아봐야 한다.


이른 새벽 문밖을 나서면 어두운 터널 같은 골목을 지나 쏟아질 듯한 별을 마주한다. 감탄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별을 바라보며 시작하는 하루라니, 얼마나 소중한가. 나의 영혼이 영원하고, 삶이 계속해서 순환된다는 이야기도 별빛 아래서는 망설임 없이 공감하게 된다.


‘아들아. 필터까지 피우면 네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단다.’


마치 신과 나눈 대화처럼 머릿속에 울리는 한 마디. 나는 나 스스로를 삶의 궁극적인 모습을 담은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인간이라 생각하므로, 일단 건강하게 나이 들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필터까지 태우지는 말아야지.


컴퓨터를 켜고 자판을 두드리면 인식은 현실적으로 변하고, 나는 이 순간 자체가 기적임을 여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


우주는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이 세상은 어디서 왔는가?


질문이 근본으로 파고 들어갈수록 모든 삶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지지만 시대의 가치 판단들이 숭고한 질문들을 가로막는다. 시대를 초월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겪고 고민해서 표현하는 작품들이 현시대를 초월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려면 나 스스로 그게 가능하다고 믿어야 한다.


내 작품에 한해서 나는 신이어야 한다.


02 신의 바람-2019.JPG 신의 바람, 2019.




글/작품 안경진

저자 프로필.jpg

안경진은 조각가로 현재 그림자와 여백을 통해 하나의 형태에서 여러 가지 형상이 빚어지는 조각을 만들고 있다. 2004년 첫 번째 개인전 〈여행〉 이후 아홉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백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공저로 『그럴 수밖에 없는 그릴 수밖에 없는』을 펴냈다.

인스타그램 @artin_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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