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짱짱이 Jun 30. 2023

지방직 공무원의 일상

맡겨주시면 머든지 합니다.

 내가 처음 공무원에 임용된 후 너무 놀란 업무는 산불담당 업무였다.

산불을 공무원이 끈다고?

불 끄는 것은 소방관의 업무가 아니었다.

당연히 불이 나면 소방서에 신고가 들어와서 소방차가 출동하지만 주관은 지자체의 업무다.

그래서 겨울산불은 11월, 12월 봄산불은 2월부터 5월까지, 1년 중 5개월은 산불대기를 한다.

주중, 주말 순번대로 조를 짜서 산불대기를 하고 산불이 나면 바로 물지게와 곡괭이를 들고 산으로 출동하여야 한다.

나도 불이 무서운데.... 그래도 나는 산을 올라가야 한다.




 2010년 구제역이 발생되자 각 부서는 착출 명단을 제출했다.

거점구간마다 초소를 설치하고 지나가는 차량의 소독을 실시하고 소독확인증을 발급해야 하는데

해당부서 인력으로는 부족하여 각 부서마다 순번을 돌려 초소를 지키고 관리하는 직원 명단을 보낸다.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야간은 위험하니 남자직원들에게 근무를 서게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남자직원의 비율이 적은 부서는 남자직원은 야간근무만 실시해 주간에 업무를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도 했다.

지금은 남녀 상관없이 순번대로 착출을 실시하지만 라 시절엔 그런 경우가 많았다.




 매년 겨울이면 조류독감이 유행하여 닭농장 앞에 초소를 설치하고 소독업무를 하기도 하고 용역이 없던 시절에 닭매몰 현장에 동원되기도 했다.

닭장에 가스를 주입하여 닭을 기절시키고 매몰하는 일인데 처음에 겁을 먹고 닭을 못 잡던 직원들도 매몰이 끝나야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인정사정없이 닭의 목을 잡기 시작했다.

지금은 용역업체를 이용해서 극한의 업무는 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가끔 영웅담처럼 신규공무원들에 이야기하곤 한다.




 선거기간이 되면 사전투표, 본 투표, 개표에 공무원이 동원된다.

과거에는 지자체 공무원만 동원했지만 지금은 교육청, 농협, 일반시민도 지원하여 선거업무를 한다.

선거업무는 선관위 직원들의 업무로 알고 있는데 그분들은 총괄업무만 하고 현장에서 선거인명부 작성, 투표소 설치 및 해체, 개표 등은 지방공무원의 몫이다.

본 투표의 경우 새벽 4시에 일어나 저녁 8시가 돼야 업무가 끝난다. 장장 18시간의 노동을 해야 한다.

투표사무원에게 수당을 20여만 원 주긴 하지만..... 나는 안 받고 안 하고 싶다.

투표사무원을 하고 나면 장시간 신경 쓰며 일하기 때문에 며칠은 끙끙 앓기 때문이다.




최근에 코로나로 인하여 다양한 업무를 했다.

해당 부서인 보건소의 인력에 한계가 있어 각 부서에서 착출을 받는다.

어떤 날은 코로나 격리 전화 상담은 하고 3일 뒤에는 격리기간 사용할 물품 포장 및 배달하는 업무를 7일 뒤에는 공항버스 이용 승객 현황 파악하는 업무를 한다. 그리고 10일 뒤에는 또 다른 업무에 투입된다.

그때그때 급박한 업무에 투입된 공무원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투입이 되면 한 시간 정도 버벅거리고 신기할 정도로 신속정확하게 업무를 해낸다.


가끔 나는 싼 가격에 주어진 일은 머든지 해내는 심부름센터의 직원 같은 생각이 든다.

7급 공무원 기준 1시간에 11,319원을 주면 시간, 공간, 업무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척척해내는 지방공무원 선후배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이전 07화 낯선 곳에서 다시 신규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