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책과 나 사이에는 항상 글쓰기가 따라다녔다.
내 눈과 마주한 문장이 내 마음과 데칼코마니가 되었을땐 문장이
탐이 나서 꾹꾹 펜으로 눌러 노트에 적어 수집했다.
그 문장들은 외부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냉기 틈 사이로 마음밭을 다져주는 거름이 되었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서 퇴적이 되고 그 무늬는 조금씩 달라지고 색깔도 다른 지층이 만들어졌다. 50대 지금의 지층을 만들어가는 건 어떤 색깔일까.다른 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30대와 40대 틈은 균열이었다면 50대를 접어드는 이 틈은 내적인 여유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공간엔 항상 책이 나와 함께 있다. 내가 만들어가는 환상공간 슈필라움이다.
슈필라움안에서 흘러가는 문장들을 한 바구니에 담아 사유하며 글을 쓰고 싶다.
책과 나 사이의 틈에서 걷어올린 문장들을 바구니에 담아 내고 싶다.
문장과 내가 사유하는 글이 글감이 될수도 있고 내가 쓰고 싶어하는 글의 방향이 되는 새싹이 되기를 바라본다.
*슈필라움(Spielraum, 주체적공간)
독일어 '놀이(Spiel)와 '공간(Raum)이 합쳐진 '슈필라움'은 우리말로 '여유 공간'이라 번역할 수 있다.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실제 '놀이하는 공간'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뜻한다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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