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열람실에 들어오면 데스크에서 보게 되는 숫자가 있다. 책을 빌리거나 반납하러 데스크에 도착하면, 세상의 중심인양 크게 써있어서 외면하기 힘든 숫자, 바로 대출기한이다.
보통 오전에 출근하는 사서가 불을 켜고 컴퓨터와 대출반납기를 켠 다음 문을 열기 직전 반드시 해야하는 일, 대출반납기한날짜를 오늘을 기준으로 2주후의 날짜로 바꿔놓는 일이다.
'대출반납일력표'라는, '오늘 빌린 책의 반납은 2024년 0월 0일'이라고 표시해주는 표시판이다.이 날짜는 언제나 지금으로부터 2주후를 가르킨다.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가까운 미래다.미래에서 기다린다고 말해주는. 책과 함께 도서관을 규정하는 3대요소가 아닌가싶다. 영원히 주는 건 도서관이 아니니 말이다.
매일매일 맞이하는 날짜에는 별감흥이 없으면서 2주후를 가르키는 그 네 숫자를 보면 이상한 설렘이 들었다.그건 마치 언제나 오지 않는 미래, 이미 오면 현재가 되어버리는 잡을수없는 그 무엇같았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2주후 그때쯤엔,하고 미리 미루어보는 막연한 기대같은 것? 2주라는 건 적당한 유예같아보였다.
이혼법정에서 2주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2주일이라는 것은 어쩌면 지금이 아닌 가까운 미래라는 상징으로서 세계적으로 표준화시킨 과학적인 기간인지도 모른다. 도서관의 시계는 어김없이 제 시각을 가르켰지만 반납대출표시기는 그 하루동안만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시간인채로 있었다. 그리고 잠시동안만 그곳에 존재하는 미래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전에 스타벅스에서 레고처럼 끼워 쓸 수 있는 만년 달력을 음료와 같이 한정판매했었는데, 오랫만에 스타벅스에 가서 오더앱을 켰다가 보고 이건 사야해!하고 프로안사러인 내가 고민끝에 결심을 하고 주문대로 갔지만..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놓여있어서 허탈하게 실패했다. 생각해본다, 만약 집에도 2주후를 표시하는 달력을 같이 놓는다면. 나는 시간을 달리..기까지는 못하더라도 시간을 이끌어보는 소녀 아니 중년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