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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Oct 20. 2024

도서관에는 분실도서가 많다

도서관에는 의외로 분실도서가 많다. 책이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은 것이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의 주요 업무중 하나는, 잃어버린 도서를 찾아주는 것일때가 많다. 일단 도서관에 오는 제일의 목적은 책을 읽는 것. 사랑하는 나의 그 책이 없다면 도서관을 방문하는 제1의 목적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목적이 사라지는 것만큼 허무한 일이 있을까? 그 어떤 사람이라도. 

도서관 소장 목록에 검색해보면 분명히 있는데, 서가의 그 위치에 가보면 없다. 이럴 때는 다른 사람이 도서관에서 읽고 있거나, 읽고 난 후에 잠시 임시 거치대에 놓아두거나, 아니면 엉뚱한 곳에 그냥 꽂아두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사라진' 경우이다.

처음에는 이 경우를 납득할 수 없었다. 분명 분실방지 바코드가 붙어있고, 대출반납기에 체크를 하지 않으면 나갈 때 크게 삐삐-울리게 되어 있다. 보통 책을 찾는 사람들의 눈빛은 이상형을 찾는 눈빛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나는 그 책을 찾기 위해 임시 거치대를 샅샅히 훑거나 책이 원래 놓여져있어야하는 곳 주변을 위아래, 옆으로 훑는다. 간혹 정리를 도와준다는 선심으로(?) 서가 어딘가에 꽂아두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사는 사회가 그렇듯, 책있는 사회(?)에도 다양한 경우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속으로 진땀을 흘리며 이상형 아니 찾고 싶었던 책을 찾아내면, 보물찾기에서 적어도 3등 쪽지를 찾아낸 것처럼 머리에서 폭죽이 터진다, 그게 뭐라고. "여기 있네요!."하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덤이다. 마치 오늘 하루에 있었던 일 중 가장 보람있는 일처럼. 책을 간절히 찾았던 사람에게, 그 순간만큼은 사서가 구원자, 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날 하루에서 10분 정도의 기승전결이 갖춰진 완벽한 서사를 제공한 사람이 된다. 그 후 독서의 즐거움은 그 전의 탐색의 어려움의 정도에 반비례에서 한껏 올라갈 것이고.

그러나 서가에서 끝끝내 발견되지 못한 책은, 분실도서 리스트에 올라가게 되는데, 가끔 분실방지탭이 실수로 제거되지 않아 대출되었지만 대출로 인식되지 않았다가 반납시에 극적으로(!) 돌아와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영원히 사라진 책들도 있다. 가끔 그 형광등 아래 데스크게 막막히 앉아서 잃어버린 도시 아니 잃어버린 책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책은 어디에 있을까. 어디를 여행중일까. 나만 알 수 없을 뿐이지 그 책의 행로는 나름의 필연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디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존재한다, 아무리 정교히 설계되어 있다고 믿어도. 그러니 이 세상에 수수께끼가 난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저 작은 네모 공간에 앉아있을 뿐인 내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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