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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Nov 01. 2020

눈물 닦고, 밴쿠버에서의 적응 시작

운명처럼 내게 다가온 도시, 밴쿠버


 

 학교를 시작하기 전, 주말을 이용해 밴쿠버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학교 입학 전에 해야 할 일들(우리나라의 정기권 같은 ‘먼슬리 카드 구입하기', ‘휴대폰 개통하기', ‘학교 위치 알아놓기' 등등)을 적어 놓고 다운타운으로 나섰다. 서울과 달리 밴쿠버의 길은 정방형으로 길이 나 있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찾아보기 힘들고 반듯하게 자로 잰 느낌이랄까. 계획도시 창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인지 뭔가 모를 익숙함이 느껴졌다. 학교는 다운타운의 북동쪽, 그 당시 밴쿠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하버 센터(Harbour Centre)' 근처이자 한국인이 운영하는 대형 유학원이 있는 빌딩 2층에 위치해 있었다.     



 유학원에 들어가 어디에서 먼슬리 카드를 사고, 휴대폰 개통은 어디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막상 한국에서 학교를 연결시켜 준 유학원은 홈스테이와 연결을 제대로 안 해 놓은 것은 기본이고 캐나다에 있는 내게 단 하나도 도움이 되어주지 않았다. 한국에서 있을 때는 간의 쓸개도 빼다가 뭐든 다 도와줄 것처럼 하더니, 막상 돈 받을 거 다 받고 캐나다에 보내버리고 나니 자기네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학교 1층에 유학원 덕분에 초반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여러모로 받을 수 있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적응하기까지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드디어 9월 4일 화요일, 처음 학교를 가는 날이 됐다. 한국에서는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반면, 캐나다에서는 9월에 신입생을 맞이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8월 코스모스 졸업을 하자마자 캐나다로 넘어왔기에 바로 새 학기에 맞춰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미리 학교 가는 길을 알아 놓은 덕에 수월하게 길을 찾은 후 학교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서니,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 학교에 와 낯설어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에서 온 사람들과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어떤 레벨의 수업을 받아야 할지 결정되는 영어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중간 단계 급인 ‘Level 3: Intermediate’ 반으로 배정을 받은 , 수업이 진행될 교실로 안내를 받았다. 소규모의 교실 안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로 빼곡히  있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class) (half)으로 나누어지게 됐다.  반에 너무 많은 학생들이 몰려버린 탓이었다. (Last Name) 철자를 기준으로 알파벳이 “A~M”으로 시작하는 학생들은 기존의 선생님 반에 남고, 나머지 “N~Z” 해당하는 학생들은 다른 선생님 반에 배정되도록 결정됐는데, 알파벳 “Y”으로 시작하는 성을 가지고 있는 나는 새로운 반으로 교실과 선생님이 새로 바뀌게 됐다.  


   

 이렇도록 우연히도 새로운 반에 배정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예전 반 선생님은 콜롬비아 이민자 출신으로, 학생들을 위해 아이한테 말하듯 말을 굉장히 천천히 해주는 타입이었다면, 새로 배정받은 반의 선생님은 국제 학생이라고 봐주는 것 없이 정말 캐나다 현지인 스타일 그대로의 영어를 구현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에 반 배정을 받고 들어섰을 때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못 알아들을 정도로 말을 빨리 했는데, 나를 포함하여 함께 반이 바뀐 다수의 아이들이 멘탈이 붕괴된 모습으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자 “곧 적응되면 알아들을 수 있을 거라고 걱정 말라”는 위로와 함께,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선생님과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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