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내게 다가온 도시, 밴쿠버
그렇게 부산에서 캐나다 유학박람회를 다녀온 지 4 개월 후인 2007년 8월, 유학원을 통해 홈스테이까지 다 정해 놓은 후 밴쿠버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 비하면 귀여운 규모의 YVR 공항엔 다양한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이 비빔밥처럼 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1년 동안 있을 예정으로 큰 가방을 짊어 메고 온 나는, 학생 비자를 한국에서 미리 받아 놓은 덕분인지 수월하게 입국 수속을 한 후, 유학원에서 마련해 준 픽업 서비스를 통해 앞으로 지내게 될 집에 도착했다. 밴쿠버의 대중교통은 1, 2, 3 존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집은 1 존 끝자락, 조이스 역(Joyce Station) 근처에 위치한 필리핀 가족의 홈스테이였다. 픽업해 주신 분에게 감사를 표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홈스테이가 될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Hello!"
“누구세요? Who are you?”
“이곳에서 지내기로 한 홈스테이 학생인데요. I am the homestay student who will be staying at your house."
“뭐라고? 학생 올 거라는 연락 못 받았는데? What? Nobody told me about you coming.”
맙소사. 10시간 넘는 비행으로 심신이 너덜너덜하게 지쳐있는 상태인데, 홈스테이 집과 약속이 안 되어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으니 하늘이 무너진 듯한 느낌이었다. 홈스테이 맘(Mom)과 안 되는 영어와 손발을 동원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억울한 눈물이 바가지로 흘러나왔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이 먼 땅, 모국어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는 이 곳에서 홀로 남겨진 듯한 내 처지가 너무나도 안쓰럽고 처량하게 느껴져 버리고 만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원해서 자초한 일이긴 하나, 내가 태어나고 자란 편한 고국을 떠나와 낯선 땅에 나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자각하게 된 그 순간, 마치 갓 태어난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고야 말았다.
눈물을 훔치며 마음을 달래고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홈스테이 맘이 유학원과 대화를 했는지 내게 방을 내어 주었다. 1층 코너에 위치한 큰 방이라며 나름 자랑하면서 말이다. 드디어 짐을 풀고 내가 지내게 될 방 침대에 몸을 누우니 고단했던 피로가 한꺼번에 찾아왔다. 유학원이 돈만 받고 일을 제대로 처리해놓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화를 억누른 채, 피로감에 못 이겨 스르륵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