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밴쿠버, 패션계에서 자리잡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과도 같았던 화려한 갈라 파티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내 포지션은 디자이너 및 컬렉션에 대해 소개하고 교육하는 것도 있었지만 판매 역시 중요했다. 시애틀 본사에 보고해야 할 실적을 올리는 것 역시 중요했지만, 판매량이 결정적으로 나의 주급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노드스트롬의 급여는 팝인 샵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서에서 커미션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부서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이 되긴 했지만, 보통 화장품은 3%, 중저가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의류는 6.25%, 액세서리와 디자이너 가방은 8%, 디자이너 의류 및 주얼리는 9%, 디자이너 신발은 10%, 키즈웨어는 14.5%로 책정이 되어 있었다. 한 주마다 자신의 판매한 전체 금액에서 커미션 퍼센트를 적용한 후, 판매한 금액에서 커미션을 나눈 금액이 시간당 16불 보다 높으면 커미션을 받고, 판매량이 모자란 경우 시간당 16불로 급여가 적용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맡은 ‘스페이스' 부문은 럭셔리 여성 의류 부문에 포함되었기에 9% 커미션을 받을 수 있었고, 디자이너 의류의 높은 가격 덕분(?)에 커미션을 받기가 용이했다. 더욱이 인터뷰 당시 내가 패션계에 몸담아 온 이력을 잘 피력한 결과, 나에게는 다른 판매직원과 달리 판매량에 관계없이 자동으로 한 달마다 ‘Kicker’라는 명목 하에 $1400불(약 120만 원)씩 더 프리미엄이 붙는 혜택을 받게 되었고, 커미션과 프리미엄이 합쳐져 2주마다 나오는 나의 시간당 급여는 다른 사람들이 받는 16불 보다는 훨씬 높게 책정될 수 있었다.
밴쿠버 플래그십 노드스트롬이 문을 연 첫 주, 처음 시애틀에서 트레이닝을 받을 때 만난 노드스트롬의 매니저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연을 이어 온 결과, 시애틀에서 온 VIP에게 2천만 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그 후 갈라 파티에서 만난 고객에게 원스탑 쇼핑 서비스를 통해 총 3천만 원이 넘는 판매 실적을 1주일도 안 된 기간 동안 달성해내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 결과, 이 기간 동안의 나의 2 주 급여분은 세전 거의 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에 달하게 되었다. 리테일에 일하는 데도 이런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적잖이 놀라고, 40%가 넘는 세금을 떼어가는 캐나다 정부에 두 번 놀라게 된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