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온 뒤로 의도치 않게 여러 사람들을 짧게 만나고 스쳤는데, 어느 순간 그런 관계가 잦아지다 보니 내가 누군가와 길게 인연을 이어갈 만한 사람이 못 되는가? 내가 누군가한테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와 같은 자기 의심, 자존감 하락 같은 기분을 때때로 느꼈다. 영어 대화가 유창하지 못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대화가 길어지는 상황을 불편하게 느끼고 피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또 혼자 남겨지면 외로운 그 고리를 반복처럼 해왔다.
그리고 오늘 명상.
저녁 명상은 처음인데 막상 가니깐 별 동작도 없고 그냥 가만히 누워있거나 스트레칭 자세 하나를 몇 분 동안 이어가는 동작이었다.
별의별 생각들이 다 스치고 지나가더라
마지막에는 편안하게 한 손은 배에 한 손은 가슴에
올려두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문득 초등학생 때 돌아가신 큰할머니 생각이 났다
내 어릴 적에 오롯이 사랑받았던 기억이 그때였던 것 같은데, 나는 아들을 원하는 딸 많은 집에 셋째라 또 세 번째 딸이 나왔을 때 그리 반김을 못 받았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줄곧 못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서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는 게 무척이나
낯선 감정처럼 느껴지곤 했다.
아무튼! 그런 어린 나를 따뜻하게 살펴주시던 게
큰할머니였는데, 만약에 할머니가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무척이나 속상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
지금도 빛나고 있고
그 모습 그대로 예쁘다는 걸
할머니 눈에는 손녀가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어떤 모습이라도 말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갑자기 왜 큰할머니 생각이 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처만 가득하다고 느꼈던 내 마음속 깊고 깊은 곳에 예쁨을 받았던 따뜻한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났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