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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by opera


그대는 봄과 함께 온다.

마음속 깊이 묻어둔 채,

차마 꺼내 보지 못했던

그대 모습은 해마다 봄이면 다시 내 곁으로 온다.


솟대처럼 솟아오른 이름 없는 잡초 속에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작은 나무 사이에서

그렇게 그대는 다시 내게로 온다.


수줍음에 고개 숙인 채

이미 떠난 사랑에 불과하지만

함께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해마다 봄이면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눈인 듯 비인 듯 형체조차 구분 없이

서글픈 내달음을 하고 있는

봄비는

모진 세월 고통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 온

생채기들을 닦아 준다.


봄은 그대와 함께 온다.

오래전 떠나 버린 줄 알았던,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첫사랑의

보랏빛 청춘을

소박히 품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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