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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하룻밤 새 생명을 키운다.

고맙고 감사한 봄비에게

by opera


흐린 날이라도 좋다

오늘 오후에도 비가 온다니 더 좋다.

아니, 좋은 것은 이기적인 내 맘의 표현일 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가 옳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자연의 선물 앞에 겸손해져야 함을 깨우치는 아침이다.


어제 내린 봄비는 내려앉는 비였고 약비였다.

겨울을 끌어 가고

봄의 새길을 터주러 온 생명의 비였다.


아침마당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너무도 많은 촉들이 고개를 내밀고 대지를 뚫고 나왔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루 종일 하늘에선 부슬부슬 비만 흘러내렸었다.

가만히 있던 대지는 온몸으로 받아들이기만 했었다.


비오기 전 여기저기 조금씩 갈라지던 마당을 보며

봄의 전령들이 올라 오려나보다 생각만 품게 했던 대지에,

하룻밤 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리도 총총하게 나팔을 불면서 올라온 것일까.

어제 내린 봄비가 다였는데...


봄비는 견뎌온 시간을 한꺼번에 보상이라도 해주듯

하룻밤 새, 마당을

고 작은 나팔 요정들이 춤추는 관현악단으로 변신시켰다.


바라보는 마음조차 희망의 선율로 채워주며

하늘에서 땅으로 생명의 촉들로,

터놓아 준 봄맞이 길

이제

부지런한 마중을 시작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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