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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기록 1

우연히 일찍 일어난 날

by 꿩니

*나는 아침잠이 아주 아주 많다.

프리랜서라 정말 급한 일이 있지 않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편인데

간혹 가다 저절로 눈이 떠질 때가 있다. 이런 날은 나에게 굉장히 귀한 날이 된다.

목이 너무 말라 물만 마시고 다시 자야지 했지만 어느새 잠이 깨버렸다.

침대에 누워 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깨달았다. 아 오늘이 바로 그날이구나!!!

잠이 많은 나지만 의외로 아침의 순기능을 매우 좋아한다.

미라클 모닝도 일어나기 힘들어서 관뒀지만 그 자체는 매우 만족했었다.

이쯤 되면... 자주 일찍 일어날만도 한데...?

그건 아직도 어려운 문제이다.ㅎㅎ


*여행 갔을 때는 거의 일찍 일어났었다.

꼭 아침 투어 일정이나 숙소 아침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어도 이상하게 일찍 눈이 떠졌다.

특히 아침 일찍 이동해야 할 때면 다른 날 보다 더 일찍 나오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아침의 약간 선선하고 푸르스름한 색감, 그리고 시작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일찍 일어난 아침이면 그때의 느낌이 떠올라서 여행온 기분이 난다.

아마 내가 매일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으면 아침이라고 여행 기분 까지 느끼지 못했을꺼야..


*요즘 집중력이 약해져 고민이 많다.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엔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동할 때나 친구 기다릴 때 진짜 뭐 했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삶에서 일부를 굉장히 아날로그 적인 시대에 살았다는 게 이상하게 좋다.

그때가 있기 때문에 기억들을 색감이나 냄새로 추억하는 게 아닌가 싶다.

KakaoTalk_20230419_143839218.jpg 야채와 샐러드를 한창 그리고 싶던 시즌에 그렸던 그림.

*내 그림들을 보면 당시 취향이나 생각들을 볼 수 있다. 늘 내 그림에 점수를 짜게 주지만 이런 것들이 잘 보일 때는 약간 더 주기도 한다. 왠지 이것만큼은 ai가 아닌 나만 할 수 있는 거 같다.

최근에는 겨울느낌의 색을 쓰고 싶어서 블루 계열을 많이 썼다. 특히 하늘색 계열, 한때는 되도록 안 쓸 정도로 꺼려하던 색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의식의 흐름대로 하다 보면 마지막은 꼭 하늘색이다.

어제 그린 그림은 아빠가 자꾸 추운 날에도 모자나 목도리를 안 매고 가는 것이 떠올라 완전 무장한 모습으로 그렸다. 깨달은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림에 내 취향과 생각을 넣는다는 것은 오래 그릴 수 있는 버팀목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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