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의 매력
*어제 작년에 사서 틈틈이 찍었던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현상했다.
사진관에 가서 맡기고 나면 어떻게 나올까 두근 두 근하다. 필름 카메라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묘미가 있다. 못 나오면 아쉽지만 잘 나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그리고 잘 나올 땐 정말 내가 이렇게 찍었다니? 할 정도로 잘 나온다.
*이렇게 필름 카메라를 종종 사용하게 된 계기는 이집트 여행 가서였다.
사진 찍는 걸 그렇게 습관화되지 않았던 나에게 친구 D는 로모카메라를 빌려주었다.
여행은 사진으로 남기는 거라고 내 디카 메모리 얼마 없는 거 아니까 이걸로도 찍으라며 작동법도 설명해 주었다. 어릴 때 외에 필름 카메라는 이때가 처음이었던 거 같다.
지금도 이집트 여행 사진첩이 따로 있고 볼 때마다 뿌듯해한다.
여행사진을 이렇게 남기는 건 꽤나 좋은 거 같다.
생각보다 외장하드 꺼내서 폴더 찾고 이게 굉장히 불편하거든요...
또 한 가지, 그 사진들을 볼 때면 친구가 첫 해외여행 간다고 선뜻 자기 카메라를 쥐어준 친구 D의 마음이 느껴져서 더 좋다.
한동안 필름 카메라를 잊고 살았다가 제 작년 우연히 라이프 일회용 카메라를 보고 너무 이쁘다며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친구 Z와 수원여행을 떠나 조금씩 찍었는데 현상하니 너무 괜찮은 거였다.
폰카나 디카와는 다른 색감에 그 순간이 좀 더 꾹꾹 눌러 담긴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내 어설픈 실력과 일회용 카메라가 더 해져서 투박함이 느껴져 좋았다.
그 후 운이 좋게 신혼여행을 앞두고 친구 U가 일회용이 아닌 필카를 선물했다.
초반에는 여행에 적응하느라 많이 못 찍었지만 중반부터는 열심히 찍기 시작해 두통을 꽉 채워서 왔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포르투갈의 여름이 너무 아름답게 담겨서 좋다.
*나는 맛집에 가면 먹기 바빠 사진 찍는 걸 까먹을 때가 많다. 꼭 인증숏을 찍어야 하나요? 하겠지만 나같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밖에 잠깐 나왔을 때 이렇게나마 찍어두고 기록해 놓는 게 좋다.
그래야 내가 이날에 뭐 했고 뭘 먹었으며 이걸 먹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나마 주변 소소한 드로잉과 기록하는 습관 덕분에 어설프게나마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