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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기록 9

그럴 수 있다.

by 꿩니

*어제 드로잉 클럽에 든 장점이 크게 발현된 날이었다.

정말 피곤해서 그리기 싫었는데 다른 작가님들의 그림이 하나씩 올라오자 그래도 해야지 하며

꾸역꾸역 그날 본가에서 본 수선화를 그렸다.

그리고 나니 노란색이 이뻐서 마음에 들었다.


본가에는 수선화와 영춘화가 펴있었다. 둘 다 노란 꽃으로 아직은 두각을 드러지 내지 않은 다른 꽃들보다 유독 눈에 튀었다.

최근 너무 추워서 멀리 설산을 바라보며 '이게 무슨 봄이야?'투덜 거렸는데 그래도 꽃은 피고 있나 보다.

지난주도 그렇고 그림이 딱히 잘 그려지는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들게 된 드로잉 클럽 때문에 하루에 한 장은 그렸더니 기록도 돼서 좋았다.

KakaoTalk_20250311_092529123.png 수선화를 처음(?) 열심히 관찰하여 그려봤다. 약간 흔한 것일수록 건성 보는 면이 없지 않아 있어서 약간의 반성했다.

*아침에 종종 누룽지를 끓여 먹는 거 좋아했는데 어제 인터넷에서 아침에 먹으면 안 되는 음식 중 누룽지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심지어 신혼여행 때도 그거 까먹은 거 후회하고 한탄했었는데!!!

가끔 유명인들의 놀랍도록 건강한 식단을 보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속세의 맛을 어떻게 뿌리치고 살까? 난 특히 라면이 어렵다. 라면은 아침에 봐도 점심때 봐도 저녁에 봐도 맛있어 보인다.


*오늘은 동네 도서관을 가보기로 했다. 본가가 있던 동네에선 도서관 가는 걸 꽤나 좋아했는데 이사 한 계절이 늦가을이라 춥다는 핑계로 미뤘었다. 확실히 패드로 보는 거보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는 독서가 훨씬 집중이 잘된다. 가방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책은 특히나 좋다. 너무 크면 무겁기 때문에 작고 귀여운 책이 좋아...

(내용도 중요해요ㅋㅋㅋㅋ)

*생각보다 '그럴 수도 있지'는 굉장히 어려운 거 같다.

엄마는 차에 타면 꼭 운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그래서 동생이나 아빠랑 자주 토닥인다.

그리고 친구가 본인 기준에 추워 보이거나 촌스럽게 나오면 참지 못하고 본인이 메고 있던 스카프라도 벗어줘야 직성이 풀리곤 하신다. 아니러니 하게도 우리에겐 '그럴 수도 있지'를 가르치신다.

버스 탔는데 아저씨가 너무 틱틱댄다고 짜증 났다 했더니 '그럴 수도 있지. 운전하면서 승객이 다칠까 봐 얼마나 신경 쓰이겠어'라고 하신다. 그 외에도 우리에게 일어 난 일들에 관해선 웬만함 '그럴 수 있지'라며 잊어버리라 하시지만 본인은 잘 안 잊어버리신다.

엄마는 그런 부분이 종종 있다. 우리에게 혼자서도 잘하는 자립을 가르치시곤 너무 혼자서 잘하면 함께 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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