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들뜨는 건 좋다.
*여행 가기 전 여행 가방 쌀 때가 더 신나는 사람? 어린 왕자의 여우는 오후 4시에 약속이 있다면 3시부터 행복할 거라고 했다.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내일이 토요일이기 때문에 금요일부터 들뜬다.
사실 토요일에 별거는 없다. 어쩌면 집에서 하루종일 누워서 보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토요일 자체가 좋다.
*까보면 별거 아닌 거지만 이런 소소한 들뜸은 일어날 힘을 준다. 체크해 둔 맛집을 가는 날이면 발걸음이 가볍고 좋아하는 영화가 개봉한 날이면 온 세상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진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5년이 넘어갔다. 틈틈이 하는 거라 엄청 늘진 못했다.
그래도 꾸준히 한다는 것에 뿌듯해하는 중이다. 선생님이 반복적으로 이건 통째로 외워도 좋다는 문장들이 있었는데 그 문장을 언젠가 써먹는 날에는 그렇게 기분이 좋다. 그 문장 외에 다른 말들은 어버버 했어도, 연습한 그 문장만큼은 자신 있게 나왔다면 그래도 좋은 것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하루의 루틴이 있고 그것을 보람차게 한 후 잠들고 아침에 개운하게 나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요즘 나의 루틴은 뭘까? 떠올려 보니 최근 저녁에 요리를 할 때면 누자베스를 튼다는 것이다.
누자베스는 함께 이태원을 걷던 친구가 좋아했던 뮤지션이다. 워낙 유명해서 좋아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왠지 그 친구가 젤 먼저 떠오른다. 저녁에 누자베스를 틀면 비록 지금은 지방이고 친구는 없지만 그때 이태원 카페에서 한참 수다 떨다가 배고프다고 저녁 뭐 먹지 고민하며 걷던 기분이 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