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몰타에서의 의생활
나는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다. 외모에 한참 관심이 많은 사춘기 시절, 소풍을 가거나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면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코디를 하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예쁜 옷을 사고 입고하는 일이 취향이자, 취미이자 일상이 되었다.
특히 어느 순간부터는 여행지에 가면 옷 가게에 가서 기념품 대신 옷을 사 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내가 몰타에 가서 1년 동안 살았으니 작은 옷장이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 몰타에는 한국에서 비싼 Spa브랜드인 ‘ZARA’가 저렴했다. 세일도 자주 했고, 집에서 배를 타고 번화가에 나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옷가게라서 홀린 듯이 자주 나가서 옷을 사곤 했다. 그 외에도 동네 곳곳에 있는 작은 옷집, 쇼핑몰에 있는 저렴한 해외 브랜드가 많았다.
원래도 화려한 프린트의 옷을 많이 입고 다녀서 ‘저런 옷은 누가 사는 거지?’의 그 ‘누구’ 담당이었는데 몰타에서 그 꿈을(?) 더욱더 활짝 펼쳤다. 옷장은 머리색만큼이나 다양한 색상의 원피스들로 가득 찼다.
한국에서는 일상의 가장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다 보니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선다든가 맨발로 거리를 활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몰타에서는 학생 신분이다 보니 좀 더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다녔다. 더군다나 햇살이 강한 곳이고 선글라스도 자연스럽게 쓰고 다니는 분위기라서 모자나,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 나가면 어색한 기분마저 들었다. 신발도 그랬다. 덥고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이다 보니 양말을 신고 다니는 일이 없었다. 원래도 양말을 신고 있으면 답답할 때가 많아 맨발로 잘 돌아다니던 나에게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몰타에서 너무 멋을 내고 다니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다. 남자들은 대부분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반바지에 폴로티셔츠를 입고 캡 모자를 쓰고 조리를 신고 다녔다. 여자들도 탑과 반바지나 짧은 원피스를 입고 다녔다. 그리곤 낚시를 하거나 수영을 하거나 선탠을 했다. 너무 자유로웠다. 그래서 나도 내 기준에서는 과감해서 한국이었으면 몇 번을 여몄을 옷을 자주 입고 다녔다.
원래도 꾸미고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데이트를 하든, 친구를 만나러 가든 상관없이 화장을 하고 차려입고 약속 장소에 나가곤 했었는데 몰타에 살면서 불필요한 화장을 하지 않게 되었다. 땀이 많이 나서 그렇기도 했지만, 한국에 비해 외모나 치장에 대한 시각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한국에서는 뭔가 외모에도 기준이 있는 느낌이라 기본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나의 취향이나 흥미를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는 곳, 불필요한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개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도 가끔 몰타에서 사 온 옷을 보며 그곳의 생활을 그리워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