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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신 Aug 07. 2022

몰타의 배달의 민족과 카카오 택시

23. 어플의 시대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별생각 없이 누리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속도와 기술력에 놀라는 순간들이 많다. 그래서 반대로 우리나라에만 잘 되어있겠지 싶은 시스템이 외국에도 그대로 있을 때, 묘한 느낌을 받는다.

  몰타에서 지낼 때도 어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국의 배달의 민족과 같은 ‘bolt food’, 카카오 택시와 같은 ‘ecabs’ 애용했다. 혼자 살다 보니 가끔 요리가 하기가 귀찮을  ‘bolt food’ 이용해서 주로 시켜먹었다. 종류는 한식, 중식, 일식부터 양식까지 다양하게 있었지만, 사실 추천할만한 맛집은 크게 발견하지 못했다. , 음식 주문과 관련해서 신기한 경험을  적이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뜬금없이 볼트 푸드 배달 기사로부터 지금 배달을 가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에잉??’ 장바구니에만 담아둔 음식이 어떻게 저절로 결제가 되어서 주문이 되었는지  수가 없었던 나는  상황이 너무 웃겼다. 그날 나는 한참을 밖에서 놀다가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차갑게 식어버린 튀김류의 음식을 한번,  휴대폰을 한번 번갈아 보며 이 어이없는 일이 도대체 어떻게 일어난건지 너무 궁금했다.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한식이 그리운 파와 그렇지 않은 파로 나뉘게 되던데 나는 후자에 속했다. 여행을 할 때 맛집 위주 여행을 하지 않기도 하고 현지에 왔으니 최대한 현지 음식을 많이 먹고 싶기도 해서 한식집에는 웬만하면 잘 가지 않는데 몰타에 있을 때는 한식집에 가거나 한식을 시켜먹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내가 몰타에 있을 때 한식당은 크게 두 집이 있었다. 슬리 에마에 위치한 ‘DOMA’와 세인트 쥴리앙에 위치한 ‘Club sushi’이 바로 그 두 집이다.



  ‘DOMA’는 주로 짬뽕과 같은 국물류를 먹으러 갔다. 한 번은 남미 친구들과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고 친구들에게 젓가락질하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친구 중 한 명이 이미 한국 여행을 다녀와서 종로! 김치! 를 외치더니 젓가락질도 원어민인 나만큼 잘했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식을 먹으니 내가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왠지 모를 사명감이 생겼다. 음식의 이름과 맛을 설명해주면서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임을 한 번 더 느꼈다.


  

  ‘Club sushi’는 주로 해물 떡볶이와 보쌈을 먹으러 갔던 곳이다. 한국에서 먹는 가격에 비하면 비싼 편이었지만, 재료나 구성이 푸짐하고 깔끔했다. 그래서 비싼 배달비를 감수하고도 집에서 가끔 시켜먹기도 하였다. 여기는 주로 옆집 언니와 함께 갔었는데 한국에서 자란 나보다 호주에서 나고 자란 언니가 한식을 더 좋아하고 한국 음식 요리도 더 잘하였기에 맛에 대한 표현도 뛰어났던 것 같다. 이렇게 두 가지 한식당을 번갈아 가던 어느 날, 집에서 3분 거리의 골목에 한식당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DOMA’ 사장님이 ‘SUN’이라는 한국식 펍을 내신 것인데 여기서만 맛볼  있는 한국식 칵테일과 퓨전 한국식 안주가 매력적인 곳이었다. 가오픈 기간부터 정식 오픈일 그리고  이후로도 자주 가다 보니 이곳의 매니저와도 친해지게 되었다. 인도계 청년이었는데 맑은 눈빛과 성실함 덕분에 가게 이미지도 더욱더 좋아 보였다.



  몰타에는 지하철이 없다. 번화가에 나갈 때는 주로 배를 타고, 나머지 경우에는 버스를 탔지만,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갈 때나 버스 노선과 다른 목적지를  때는 택시도 많이 탔다. 버스는 학생증과 겸용으로 쓰는 카드로   있었다. 영문을  모르겠지만, 어느 기간 동안은 무제한 교통 카드처럼 충전을 하지 않고도   있더니 나중에는 충전을 해도 충전이 되지 않았다. 어플로 계속 실패하자 버스 정류소에 위치한 사무실에 찾아갔는데 처음에는 여권을 가져가지 않아서  번째는 학생임을 증명할  있는 서류를 가져가지 않아서 실패했고  번째 방문 만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버스카드를 얻을  있었다.

  한국에서는 버스를 타며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몰타에서 겪었다. 한 번은 마차를 뛰쳐나간 말 세 마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몰타인들을 보기도 했고, 또 한 번은 버스가 갑자기 노선을 이탈하더니 알 수 없는 곳에 나를 포함한 모든 승객들을 내리게 하였다.



  아주 작은 섬나라에 한인이 많이 살지 않는 곳인 몰타에서 1년을 살면서 어느 날은 한국의 방식이 그립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이곳에 동화되어 한국에서는  살겠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몰타에 있을 , BTS 기생충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던 터라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환히 웃으며 한국 문화나 물건 등의 우수함을 이야기하곤 했다. 몰타의 산길을 걸어가며 한국의 거리는 훨씬 깨끗하지 않냐며 묻는 친구들부터 휴대용 선풍기를 카페 탁자 위에 두고 바람을 쐬고 있으니 어쩜 그렇게 신박한 아이템이 있냐며 눈을 반짝이던 외국인까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많이 느끼며 보낸 일상이 많았던 몰타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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