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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신 Aug 05. 2022

납작 복숭아와 보랏빛 밤의 상관관계

22. 몰타에 두고 온 것

  

  몰타 하면 여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이어서 화창한 하늘이 그려진다. 그 화창한 하늘은 저녁 무렵 보랏빛으로 물든다. 나는 몰타의 그 보랏빛 저녁을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해 질 녘만 되면 무작정 걸었다.

  높은 건물이 많이 없다는 것, 주변에 바다가 있다는 것은 내게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따금씩 몰타의 보랏빛 밤이 그립다. 그 자연의 오묘한 불빛은 말보다 머릿속에 그려볼 때 온전히 재현이 된다.

  한 번은 친한 동생과 함께 K-pop을 들으며 다리가 아플 때까지 산책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다섯 살이나 어린 동생이라서 세대 차이로 인해 서로의 플레이리스트가 다르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서로 알고 있는 노래가 같았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랏빛 하늘이, 위로 고개를 올리면 별빛이 내가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풍경이 이렇게 멋지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다. 그래서 해질 녘이 되면 약속이 있든 없든 나가서 무작정 걸었다. 매일 조금씩 다른 하늘의 색을 바라만 봐도 좋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 먹는 납작 복숭아의 맛이 어찌나 달콤하던지.


  

  혼자 살게 되면서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이 하루 일과에 포함되었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의외로 요리의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동네에 위치한 마트에서 장을 보고,  레시피를 찾아 나를 위한 요리를 정성스럽게 하곤 했다. 몰타에서는 주로 밥 대신 쿠스쿠스를 가지고 볶음밥을 해 먹었고, 라면보다 쉽게 다양한 파스타를 사서 요리해먹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라비올리였다. 속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 마트에 가서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국에서 비싼 식재료가 몰타에서는 싼 경우가 더러 있었다. 연어, 아보카도, 하몽, 치즈 등이 여기에 속했다. 하루는 구운연어, 하루는 연어스테이크, 아보카도로 과카몰리도 해 먹고 하몽과 멜론을 같이 먹으니 잘 못 먹는 술도 쑥쑥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몰타에서는 이렇듯 맛있게 먹고 운동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나날들을 보냈다. 여유롭게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많이 발견하고, 하루하루가 그저 그런 날이 아니라 또렷이 기억할 수 있는 날이 되는 그런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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