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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신 Aug 11. 2022

택도 뜯지 않은 나의 파란 기타

25. 중고 기타 구매하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한 여름이 지나간 후, 문득 기타를 사고 싶어졌다. 한국에 가지고 갈 수 없기에 비싸지 않은 것을 찾다 보니 중고 기타점의 사이트를 둘러보게 되었다. 그러다 발견한 몰타 바다를 꼭 닮은 파란 기타는 결국 나의 방 한편에 자리 잡게 되었다.

  기타는 사회 초년생 시절에 기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배우게 되었다. 학원은 딱 한 달만 다니고 그만뒀지만, 동료 선생님들과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다시 기타를 잡게 되었다. 이후로 몇 개월간 또 배우다 그만두다를 반복하다 20대 후반에 기타 동호회에 가게 되면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기타와 함께하는 일상을 보냈다. 독학을 하거나 함께 배우면서 수많은 노래들을 연주했지만, 나의 기타 연주 18번은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이다. 6개 코드의 반복인데 연주하면 아주 그럴듯해 보인다. 그다음으로는 기타를 배우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배운 ‘먼지가 되어’를 친다. 다른 곡을 배워도 결국엔 늘 두 가지 곡을 번갈아 치게 된다.

  몰타에 살면서 오전에는 학원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점심거리를 사러 나갔다. 나간 김에 산책 한 바퀴와 커피 한 잔을 하고 돌아와 정성 들여 직접 요리한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 3시쯤이 된다. 나는 늘 이 시간에 2층의 아주 작은 거실에서 기타를 잡았다. 기타를 치다 기타 줄에 손가락이 아파지면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동네 고양이들이 집 앞 계단에 하나둘씩 앉아있었다. 온전히 취미로 즐긴 기타라서 하고 싶은 곡을 치다 손가락이 아프면 창 밖을 보며 잠시 쉬고, 소리가 조금 이상할 때마저도 혼자 만족하거나 소파에 잠시 누워있었다.

  학원에는 남미 친구들이 많았는데 선생님 집에서 모여 와인 시음회를 하며 밤새도록 음악과 함께하는 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바닷가에서 생일 파티를  때도 그랬다. 블루투스 스피커 하나만 있으면 춤추고, 노래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할 무렵에는 이미  깊은 밤이 되어 있었다.


  

   남미 친구들   명인 마티아스가 기타를 학원에 가지고  적이 있다. 마티아스가 기타를 치는 순간, 같이 기타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티아스는 아르헨티나 출신인 친구이다. 기타도 수준급으로 치고 노래도 잘하고 성격도 너무 좋은 친구이다. 친구 집에 모여서 서로 노래를 부르며 각자 알고 있는 노래를 불렀다. 친구가 나보다 기타 연주를 훨씬 잘했기 때문에 주로 내가 노래를 부르고 친구가 기타 연주를 했다. 내가 기타 연주를  때면 친구는 악보나 코드표 없이 듣고 따라 치곤 했다. 나라가 다르다 보니 서로의 나라에 유명한 노래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서로 알고 있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한국에서 보컬로 직장인 밴드도 했었고, 기타 동호회를 하며 노래를 부른 적도 많아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마티아스의 훌륭한 반주에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고 그저 즐거웠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친구들이지만, 음악이 함께하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편안해졌다.

  글을 쓰는 현재는 발리에 여행을 왔는데 라이브 펍에서 음악에 맞춰 살사 댄스를 추는 사람들을 보니 몰타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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