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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하 Aug 01. 2021

8. 엄마 독서의 숨은 비밀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엄마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 내 경험상으로도 이 말은 진실에 가깝다. 아이를 낳은 직후부터 책을 끼고 살다시피 했는데 독서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아이가 낮잠 자는 때였다. 혹여나 아이가 깰까 싶어 책장을 살금살금 넘기며 숨죽여 책을 읽곤 했다.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아이가 가장 먼저 보는 풍경은 늘 엄마의 책 읽는 모습이었기에 비몽사몽 한 아이는 마치 장난감을 만지듯 내 책을 이리저리 후루룩 넘겨보거나 입으로 물고 빨기도 했다. 그러한 친숙함 때문인지 아이는 책 읽기를 무척 좋아했고 언어적인 성장이 꽤나 빨랐다. (물론 빠르다는 것이 뛰어나다는 것과 동의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가 잠이 많은 편이라 책 읽을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사실 아이 낳은 이후로 현재까지 꾸준한 독서가 가능했던 건 8할이 남편 덕분이다. 출산 한지 한 달 정도 지난 후부터 남편은 종종 내게, 주말 하루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오라며 독박 육아를 자청해주었다. 아- 엄마가 되고 나면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귀하던가! 남편의 배려로 혼자 집 밖을 나서는 순간이면 말 그대로 숨통이 탁- 하고 트였다. 나는 지체없이 서점으로 향했다. 아주 가끔은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지만 책에 대한 갈증이 훨씬 더 컸다. 아마도 엄마가 된 이후로 내 안에서 생겨나는 무수한 질문과 혼란스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너무도 낯선 육아라는 세계, ‘엄마’에서 시작해 ‘나’라는 인간에 대해 갖게 된 탐구,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지 모를 경력 공백기, 아이를 위해서라도 언제든 앞당기고 싶은 경제적 자유...낯선 지식과 생각, 의문에 해답을 주는 것은 역시나 책이었기에 언제나 잰걸음으로 서점에 갔다.


 집 밖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안에서도 책 읽을 실컷 읽을 수 있었던 것 역시 남편의 도움이 컸다. 남편은 요리부터 시작해 (남편의 요리는 준전문가 수준이다) 가사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고 여러모로 부족한 내가 책을 읽으며 엄마라는 어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괜찮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편 덕분에 일희일비하던 내 인생에 평온함이라는 것이 찾아들기 시작했고 내가 많이 헤맬 때에는 책 속에도 없는 현명한 조언을 날카롭게 던지기도 했다.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좋은 아내가 되고 싶다.  


 독서의 지원군이 남편이었다면 독서의 원동력은 단연코 아이이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굉장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 인생이 지금보다 나을지 나쁠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지금보다는 덜 웃고, 책도 덜 읽었을 것이다. 아이 덕분에 박장대소하며 숨 넘어 가게 웃게 되, 아이로 인해 '성공'이 아닌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 열망이 생겨났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하루는 아이가 너무 예뻐 보여 “우리 딸, 엄마한테 어떻게 왔어? 도대체 어떻게 왔지?”하고 물었는데 아이가 하는 말, “엄마 아빠가 나를 많이 사랑해 줄 것 같아서 왔지.” 하며 대답했다. 숨이 턱 막히게 하는 아이의 보물 같은 언어. 그 속에서, 이전의 내 세상에는 없었던 감정을 느낀다. 맑은 공기 같은 아이에게 나 역시 세상의 보물 하나를 더 보여주기 위해 아이에게는 세상에 전부인 엄마로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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