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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고백

*photopoem.휴*

by 김휴

비, 고백


아침에 피었던 꽃은 몸을 닫는 중입니다.

비를 거부하는 꽃의 몸짓에서 에로스를 떠올렸다면

아직도 순수함에서 멀어져 있는가 봅니다


비가 비를 몰아세우고 있어서

젖은 것들을 다 이기적인 서정에 갇힐 지도 모릅니다


나는 희미해지고 신음하는 것들은 더 생겨나고

생의 윤곽이 심하게 허물어지는 위태로움으로

비의 걸음걸이가 불안합니다


비가,

비를 근심 속에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심란한 밤이면

詩 안으로 기어들어 詩의 이유에 몰입하지만

마지막 문장에 기거하는 나의 신은

비겁한 모습으로 내 심장에 비를 새기고 있습니다


불순한 미래가 비를 타고 찾아와

나를 불투명하게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대, 그토록 나를 울리고 싶은가요?


글&사진.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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