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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바람 Oct 27. 2022

돈.사.러. 가셨다

추석  해남 장날,

어머닌 여름 끝자락에 거두신

고추며, 깨며, 녹두며 바리바리 챙기시곤,


읍내 장에

돈.사.러. 가셨다.


추석도 앞이라,

이것 저것 장만할 게 한두 가지 아닌데,

가을(추수)은 멀었고,

여름 곡식은 돈이 되었다.


꼬불 꼬불 시골길

버스는 옆마을 아짐들의 짐들로 가득,


부릉 부릉 완행버스

다시 이웃 마을에 서면 그야말로 보물버스,


돌아 돌아 읍내 정거장

누군지 몰라도 짐보따리부터 잡는다.


낯익은 얼굴들인지,

‘아따 송산이댁, 내가 더 처주께라’


한참 실강이,

‘그라믄 쪼게 더 주께라’


흥정은 멈추고,

몇 만원 건네지고

돈을 사신 어머닌 장터로 가신다.


여름 끝자락 추석을 앞둔

장날, 어머닌

돈.사.러. 가시곤 하셨다.


당신을 위해선

십원짜리 한 장도 쓰지 않으셨다.


그런 나는

만난 것을 사오실까,

시계 보며 눈만 말똥말똥.


ps.

그런 어머니를 이젠 기다릴 수도 없지만,

밖에 나갔다 돌아올라치면

집에 있는 아이들이 밟혀


뭐라도 사들고 돌아온다,

 옛날 어머니나 아부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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