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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바람 Oct 27. 2022

임진년 팽나무 이야기

1.

마을에 자리잡은 팽나무,

임진난에 심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오래전 아부지는 알려주셨지.


어릴적 여름날엔 동무들과

온 종일 타고 놀았다.

머시매나, 가시내나 상관없었다.

저 높은 데를 어떻게 올라갔는지,

그때는 겁도 없었다.


가을날,

까맣게 팽이 익을 무렵엔

한가득 따 먹기도 했다.


어른들은 그늘 아래서

자식 이야기며,

세상 이야기며,

농사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셨더랬다.


매미소리 더해질 때면,

목침 베며 낮잠도 한 숨 주무시곤 하셨지.


해질 무렵엔

달려드는 모기 내쫓으려,

보릿가을 때 남겨진 보릿대며,

낮 동안 베어낸 풀로

모깃불을 피우며,

낮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셨더랬다.


세월은 달을 비켜가는 구름처럼,

해를 담아가는 바람처럼,

때론 소나기처럼 휘몰아치듯이,


그렇게 지나가기 마련인 것을,


2.

이제는 오르던 동무들도

다 커 외지로 떠나고,

그늘 밑에서 얘기나누던 어른들도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지 오래다.


커다란 팽나무에는

걸려있는 구름과 잠시 쉬어가는 새들 뿐, 요새만큼

적막한 때가 있었을까?


임진년 때 팽나무는

수 많은 모진 세월 지났을 때보다

요새가, 더

힘들 법도 하다.


세월은 달을 비켜가는 구름처럼,

해를 담아가는 바람처럼,

때론 소나기처럼 휘몰아치듯이,


그렇게 지나가기 마련인 것을 아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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