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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디이 Oct 25. 2023

머리말, 취향이 너무 많아서

나의 취향과 추억을 발굴해 나가는 과정에 초대합니다

    세상에는 우리의 마음과 취향을 저격하는 명작들이 너무 많습니다. 매주 수요일 우리들의 기억과 마음을 연결하는 <ㅁㅁㅁ, 무조건 당신만 모르는 명작>을 찾아주세요. 명작을 예술로만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와닿는 심리학적인 의미까지 찾아드립니다.


책, 영화, 미술, 공연, 드라마, 예능, 웹툰까지 예술과 대중문화를 가리지 않고 초월적 명작을 감상하고 입덕할 수 있게 도와드립니다. 작품에 얽힌 추억과 함께,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명작에 줄줄이 엮인 시사적인 이슈들까지 두런두런 이야기할 거예요. 여행을 가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명작이야말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그동안 내 취향을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습니다.


    미국에 온 뒤로는 하루하루가 스펙터클 했어요. 공부도 연구도 할 건 많은데, 거기에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가장 싫어하는 영상 장르인 심리 스릴러가 나의 심리 상태 그 잡채였거든요.


낯선 미국 문화와 텃세 부리는 사람들, 숙명 같은 영어 때문에 다시 말 못 하고 세상을 한참은 배워야 하는 아기로 돌아간 기분이었죠. 하지만, 애달프게도 정답을 떠먹여 나를 절로 키워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적응과 연구 사이 그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내야 했어요.


그렇게 서서히 내가 좋아하던 책, 영화, 음악 등은 사치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창 데이터를 모으고 논문을 쓰던 시기에는 영화도 드라마도 전혀 보지 않았고요. 몰입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어요. 내 마음과 일상을 뒤흔드는 일들을 애써 뭉개버리며, 혼자 헤쳐나가 과제를 수행하기 바빴습니다.


내 인생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이라서, 굳이 남의 작품과 이야기에 빠져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 눈 팔다가는 떨어져 죽을 것 같았거든요.


영화 <헤어질 결심>의 작가 정서경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대중문화 분야에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주제가 대세이고 잔잔한 드라마를 보기 어려운 것은 그만큼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감정을 소모하기 싫어서가 아닐까라고요. 인기 OTT 서비스 중 하나인 넷플릭스의 글로벌 신작과 인기작을 잠깐만 살펴봐도 이 말이 충분히 납득 갑니다. 다 때려죽이고 찌르고 복수하고 죽이는 이야기라 저 같이 피 나오는 액션을 못보는 사람은 스토리가 있는 영상매체를 피하게 됩니다.


그나마 저녁 시간 온전한 나의 벗은 그저 깔깔대고 웃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나 말고는 모두가 신나 보였고 정보가가 없어서 열심히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독의 시간을 지나며, 자체드롭한 나의 취향 탐구 시간을 수강할 기회가 영영 사라져 버린 듯했습니다.



봄에 새싹이 돋아나듯, 잊고 있었던 나의 취향도 내가 먹고살 만 해지니 고개를 들고 다시 이것저것 기웃거리게 됩니다.


     사실, 취향이 어디 가지는 않았었나 봐요. 어느새 미국 문화에 적응하게 되고 원하던 대도시 뉴욕에서 주말이 있는 나의 인생을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애써 외면했던 나의 취향들이 반가운 친구들이 전했던 인사를 다시 건넵니다. "그때 그 추억이 기억나니?"라며, 혼자 남겨진 줄 알았던 나에게 문득 시그널을 보냅니다. 우리가 공유했던 취향과 추억이 그립지 않냐고요.


이제 학창 시절 항상 붙어다니며 서로 취향을 공유하고 수다 떨기 바쁘던 친구들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쉽게 누군가의 취향을 흡수하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SNS로 보는 건 많아도, 정작 그 당위성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맥락이 없어서 설득되지 않는 달까요. 대신, 나름의 새로운 방식으로 나만의 취향을 재발견하고 정립해 나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가끔은, 같은 취향을 공유하고 서로를 나의 관심사로 “입덕”시키려 노력하던 에너지와 너그러운 추임새가 그리워요.


이 여정에서 나의 오랜 그리고 요즘 취향들을 꺼내보려 합니다.


잘 열지 않던 서랍 속에서 우연히 쓰던 핸드폰을 마치 보물을 찾은 것과 같이 볼 때처럼요. 옛날 사진과 요즘 사진을 비교해 보면 '킼' 하면서 그것만으로 재밌잖아요?


포맷한 줄 알았던 옛 취향들을 차곡차곡 담은 목차를 타이핑하다 보니 추억도 함께 피어 오릅니다. 그때 그 취향을 나누었던 잊고 있었던 친구들의 얼굴들이 생각납니다. 그 영화는 누구랑 봤더라, 이 책은 누가 추천했었지 하고요. 그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 느낌! 이 책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관심사와 취향을 마음껏 이야기하고, 내 감정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힐링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환영합니다. 예상 못한 관점의 흥미로운 심리학 이야기와 함께 명작을 즐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슬며시 찾아오는 취향들이 도망가지 않도록 설렁설렁 나른한 마음으로 즐겨주세요.


10.24.2023

다시 설레는 추억과 취향을 나누기 위하여, 너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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