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저씨의 요가 도전기
요가를 시작했다고 주변에 말하면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꼭 있다. 대개 요가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궁금증이다.
"요가? 그거 운동이 되냐?? 땀은 나?!"
이참에 시원하게 답해드리겠습니다. 운동? 됩니다. 땀? 납니다. 아주 줄줄 흐릅니다. 더워서 땀이 나는 게 아니라, 정말 힘들고 숨이 차서 땀이 줄줄 흐를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의심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나에겐 분명한 증거가 있다. 그것도 틀림없는 숫자로 말이다. 나는 천천히 손목을 들어 나의 '애플워치' 화면을 그들 눈앞에 내민다.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되묻는다. 자, 이래도 못 믿겠어?!
나는 요가를 할 때마다 애플워치의 '운동' 기능을 사용해 칼로리를 기록하곤 한다. 운동 중에 요가 모드를 켜면 몸의 움직임과 심박수에 따라 칼로리를 측정하는데, 이게 꽤 정확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요가 수련의 소모 칼로리를 이쯤에서 공개하자면! 수련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힘든 '빈야사 플로우'나 '아쉬탕가' 수련을 하면 보통은 350kcal, 많게는 400kcal까지 기록하곤 한다. 정적인 동작이 많은 '하타' 수련을 해도 300kcal는 무난하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올 수도 있겠다. 얼마 전 남산타워 전망대까지 왕복 1시간 반 동안 걸어서 올라갔다 왔는데, 그때 소모한 칼로리가 400kcal였다. 그러니까 작은 매트 위에서만 움직인다고 해서 절대 운동이 안 되는 게 아니라는 것. 이제 믿음이 가나요, 요가도 운동이 된다고요!
물론 칼로리 소모는 몸무게와 키에 비례하다 보니, 같은 수련을 해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아내도 항상 애플워치로 운동 칼로리를 기록하는데, 비교해보면 나의 칼로리 소모가 항상 더 높다. 게다가 아내는 오랜 시간 수련을 해왔다 보니 똑같은 수련을 해도 나보다는 숨도 덜 차고 심장 박동도 그리 높아지지 않는다. 그런 아내도 1시간 수련을 하면 보통 150kcal 정도를 소모한다. 아내와 함께 수련을 하고 요가원을 나서는 길에는 항상 서로의 운동 칼로리를 비교해보는 게 우리의 소소한 리추얼이다. 오늘은 몇 칼로리?! 나는 180, 오빠는? 나는 410!! 와, 대박!!! 오늘은 집에 가서 라면 끓여 먹어도 되겠는데?! (라면 한 봉지가 보통 400kcal 정도 된다!)
요가를 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수련의 유형에 따라 남녀의 선호가 다르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선호하는 수련은 '빈야사 플로우', '시바난다 플로우'처럼 플로우가 있거나(수련 이름이 '플로우'가 들어간다면, 보통의 유산소 운동처럼 숨이 차고 땀이 날 확률이 높다), '아쉬탕가'처럼 근력이 요구되는 고난도의 자세가 많은 수련이다. 그래서인지 남자들이 많다고 하는 요가원을 찾아보면 대부분 아쉬탕가 요가원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아로마 릴랙스', '힐링' 같은 단어가 들어간 수련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런 수련에 가보면 대개 남자는 나뿐이다. 남자들이라고 릴랙스와 힐링을 싫어하는 건 아닐 텐데 왜 그럴까. 그러니까 이런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다. 남자들에게 요가는 '운동'이다. 그리고 '힘을 쓰고 땀을 흘려야만' 운동이 된다. 그러므로 남자들은 릴랙스와 힐링을 위해서 요가원에 가지 않는다.
이 성급한 결론은 사실 내 얘기다. 나 역시 몸을 계속해서 움직이고, 근력을 쓰고, 그래서 운동이 된다고 느껴지는 수련을 더 좋아한다.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린 후의 그 개운한 기분이 좋다. 때문에 '아로마 릴랙스' 수련에 가는 것은 순전히 아내의 손에 이끌려서다. 그런 '릴랙스'한 수련들이 결코 쉽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숨이 차거나 땀이 흐르진 않으니까. 상대적으로 소모하는 칼로리도 높지 않다. 릴랙스 수련에 간 날이면, 느리고 여유로운 템포로 몸을 움직이면서 상상에 빠져든다. 어제저녁에 본 축구 경기에서 승리한 팀의 골키퍼가 이런 기분이었겠지. 완벽한 수비수들 덕에 공 한번 잡아 보지 않고 제 자리만 지켰던 그 골키퍼는 경기가 끝나고 샤워를 했을까 안 했을까. 입었던 유니폼은 빨았을까. 그래서 나는 집에 가서 샤워를 할까 말까. 지금 입고 있는 요가복을 빨까 말까.
하지만 요가는 단순히 땀을 흘리기 위한 운동이 아니다. 요가의 기원은 '명상'에 있다고들 한다. 가만히 앉아서 잡생각을 없애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아사나', 즉 요가의 동작들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그러니까 움직임이 적다고 해서, 땀이 나거나 숨이 차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의미 없는 건 아닐 것이다. 그 수련의 시간들을 통해 몸과 마음의 '릴랙스'를 얻고, 힘든 일상 속에서 작은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면 땀을 흘리고 말고 가 뭐가 중요할까. 가끔은 나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90분 내내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을 막아내야 하는 골키퍼에게 가끔은 샤워도 필요 없는 경기가 있는 것처럼. '먹고사니즘'을 위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도처에서 날아드는 크고 작은 시련들을 막아내야 하는 나에게도, 이렇게 가끔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