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와 현실의 합일점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 문학사에 기념비적인 업적이다.
당연히 수많은 찬사들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문학에 이처럼
관심이 많았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덕분에 주체 못 할 정도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작품을 읽었다. 마음에 한 가지만
다짐 한 채.
"일체의 선입견을 버리고 작품만 생각하자!"
2005년 "이상문학상"대상 작품인 "몽고반점"
어렵다. 진도가 나가지지 않는다.
처음 보는 작법이다. 소설과 구성의 3 요소들을
무시한 듯한 소설이다.
문체는 문어체의 글을 읽는 느낌이다.
외래어뿐만 아니라 외국어에다 이해하기 힘든
줄임말까지 사용되는 우리말 현실에 역행하는
아름다운 우리말 찾기 같은 문체들.
국어 전공인 나는 고맙기까지 하다. 진정한 소설가를
만난 즐거움.
인물, 사건, 배경이 의미가 없는 듯한 구성.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는 것 같은 구성에다
단어마다 들어 있는 비유와 상징들'
몇 번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다.
처음은 학창 시절 숙제하는 기분으로 읽고
줄거리 정도만 파악.
두 번째는 제재인 듯한 단어들을 골라
페이지를 메모했다.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겨우 생각 정리.
아무리 정보들을 지우려 해도 그 넘쳐나는 정보에서
자유롭기는 불가능한 듯.
힘들게 읽은 이유가 시적인 산문이란 선입견이
아닌가 생각. 각 단어의 의미에 신경 집중.
첫 번 째 읽기를 마치니 갑자기 "청마"의 시
"깃발"이 생각났다.
처제의 몽고반점에서 청마의 노스탈자의 손수건 연상.
연작소설인 채식주의자의 2번째 작품이지만 몽고반점은
보라색 커튼이 무대를 덮은 무용 무대에서 시작한다.
작품의 나아갈 길을 잃어버린 비디오 작가인 화자가 그
해결책을 보디페인팅을 한 무용수들의 몸짓에서 찾고자 무대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보라색은 빨강과 파란색이 합쳐진 색이다.
무용수들도 몸에 붉고 푸른 물감을 칠하고 있다.
그가 작품의 슬럼프에 빠진 이유는 거짓이라 미워했던 것들.
광고와 드라마, 뉴스 정치인의 얼굴들 등을 편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p97.
당연히 현란한 의상과 과장된 노출과 성적 몸짓의 무용에서
그가 원하는 작품의 방향성은 찾지 못했다.
몽고반점이 아니었으니까.
처제에게 남아 있는 몽고반점.
그것은 태고의 것, 진화 전의 것이다. p120
다음 장에는 근원이란 단어가 나온다.
여기서 근본, 근원, 순수, 태고의 것 다른 말로 진실, 이상적인 것.
이 부분에서 "깃발"의 저 "푸른 해원"이 떠 올랐다.
이상의 대칭점은 현실이다.
내가 그렇게 벗어나고자 하는 것들.
소설 몽고반점에서 이상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찾아본다.
"처제의 몽고반점과 외까풀 눈 그리고 정직한 목소리,
후배의 마른 몸매"
그 대칭점에 아내의 수술한 쌍꺼풀 눈과 나의 빠진 머리털,
과 조금 나온 배가 있다.
몽고반점이 없어지면서 부딪치는 현실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들이다.
"후기 자본주의 현실, 광고, 정치" 등 등
"처제의 몽고반점은 낙인처럼 찍혀 있다."란
표현이 나온다. p94
낙인은 분명 부정적인 단어다.
모두에게 힘든 현실을 유독 견디지 못하는 처제의 어려움을
나타낸 표현이다. 그 현실 부적응의 처제와. 그 현실 밖의 것을
나타내고자 하는 나의 작품 방향성.
이 둘의 결합이 몽고반점의 주제다.
몸에 그려진 붉은색의 꽃과 푸른색의 잎으로 감추어진 처제의
몽고반점. 그래서 처제는 그림을 그린 후에는 꿈을 꾸지 않는다.
역시 꽃과 잎으로 감춘 나의 배와 늘어진 살.
그것은 몽고반점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하나의
통로다.
몽고반점과 늘어진 뱃살의 결합.
순수와 현실의 결합.
그것이 이 소설의 아픔을 승화시키는 주제가 아닐까.
한강의 소설은 절대로 청소년 금서가 될 수 없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