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의 1년간 패션 잡지회사에서 일하며 배운 점.
2017년 5월, 미대를 졸업하고 나서 3개월 동안의 구직활동 끝에 나는 운 좋게 한 패션 잡지 회사에서 마케팅 팀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되었다. 더 이상 학생 때의 인턴쉽이 아닌 정규직으로 일 할 수 있는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나의 직장인으로서의 설렘과 기대감은 하늘을 찌를 만큼 부풀어 있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회사는 패션계에서 알아주는 잡지사였고, 같이 일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들 또한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라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은 저마다의 매력과 재미가 많았다. 즐겁고 재밌는 일인 만큼 힘든 일 또한 많이 받았던 첫 직장이었다. 나는 이 곳에서 1년 동안 일하며 있었던 일들을 기록의 목적 반, 경험담의 공유 반의 목적으로 풀어 써내려 보고자 한다.
잡지사에 입사하기까지 면접 과정은 총 4 라운드, 약 한 달간의 시간이 걸렸다.
LinkedIn 구인 구직 사이트를 통해 올라온 포스팅을 보고 지원서를 넣은 지 약 1주일 만에 인사팀 담당 리크루터에게서 이메일로 연락이 왔다.
내가 보낸 지원서를 보고 전화로 인터뷰를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이런 전화 인터뷰는 생소했기 때문에 학교의 Career Center의 도움을 받아 면접을 준비했었다. 전화면접이 끝나고 나서는 직접 회사로 찾아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나 내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디자인 스타일에 대해 의논을 했고, 팀원들도 만났으며, 1 주일의 디자인 테스트도 보았다. (이 회사의 면접 스토리도 설명하자면 길다.. 따로 포스팅해서 다루기로!) 그렇게 해서 한 달 동안의 면접 기간을 거치고, 결과는 합격!
2017년 9월 5일. 나는 아직도 나의 첫 출근 날을 기억한다. 첫 출근은 신기하게도 잡지사 오피스가 아니라 한 행사장으로의 외근이었다. 9월에 있는 뉴욕 패션 위크를 맞아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들과 브랜드 대표들을 초대해 이번 패션 위크의 트렌드를 분석하는 포럼을 열었는데, 나는 하필 입사 첫날이 이 행사의 리허설 전 날이었던 것이었다. 첫날부터 스파르타 식으로 일을 배우게 되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신없이 일하느라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생각할 엄두도 못 냈던 것 같다. 행사의 순서, 출연자들의 프로필,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업무, 영상 디자인 업무, 그리고 행사장 프로덕션 팀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등등... 1일 차 막내 디자이너에게는 벅찰 정도로 배워야 할 일들이 많았다.
내가 입사 초기부터 스파르타 식으로 일을 배운 것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이 회사는 패션계에서는 알만한 이들은 다 알만한 잡지사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크리에이티브 팀원의 수가 극히 적은, 흔히 말하자면 'understafffed' 된 회사였던 것이다. 마케팅팀에 속한 나는 나의 사수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단둘이서 여러 계열사 잡지들의 온/오프라인 광고 제작을 담당했다. 최소 다섯 명이 담당했어야 할 프로젝트의 양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 명이 영혼을 갈아 넣어 업무의 무게를 고스란히 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입사 첫날부터 현장에 투입돼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속한 팀의 업무는 다음과 같다.
1. 현재 잡지사를 포함해 여러 계열사의 잡지사들의 온/ 오프라인 광고 제작.
2. 잡지사 웹사이트 배너 및 구독 광고 섹션 디자인.
3. 토크쇼, 포럼 등 오프라인 행사의 판촉물 및 프레젠테이션 제작.
4. 클라이언트의 광고 제작.
5. 시상식 판촉물 및 영상 스토리보드 디자인 및 편집
6. 새로 인수한 잡지사 브랜딩 디자인 등등등
이 외에도 마케팅 팀이 클라이언트와 어떤 프로젝트를 계약했는지에 따라 우리의 업무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다. 중요한 행사나 갑자기 들이닥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야근을 할 때도 있었고, 주말에 회사에 가서 당장 인쇄팀에 보낼 광고를 만들기도 했었다. 사실 내가 2년 차 디자이너이기만 했어도 꽤나 지루하고 짜증이 날만한 일들이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런 생각도 못하고 정신없이 일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뉴욕의 유명한 패션 잡지사에서 일한다는 설렘과 자부심이 어떻게 보면 큰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