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안녕~

발리 한달살이 Day 26

by 나우히어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 패닉의 달팽이 중


발리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어젯밤 우리의 계획은 오늘은 조식을 먹지 않고 푹 잔 후 오전 11시에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후(음성이 나올 시) 호텔 수영장으로 가서 놀다가 오후 6시에 레이트 체크아웃을 하고 또 수영장에서 더 놀다가 9시즘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9:30 즘 되자 문 밖에서 청소부들과 옆 객실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리들이 들려 잠이 깨버렸다. 일어난 김에 간단히 조식이나 먹으러 가자! 조식을 먹으며 우리는 P유형답게 어젯밤에 세운 계획 따위 과감히 뒤엎어 버리기로 했다.


수영장에 체인징 룸이 있어 간단히 샤워를 할 수 있으니까 굳이 레이트 체크아웃을 돈을 더 내고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신속항원검사 후 원래 정해진 12:00에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수영장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오전 시간이 바빠졌다. 남편은 조식을 먹은 후 수영장으로 가 카바나를 예약했고 나와 딸은 먼저 방으로 올라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한창 짐을 싸는 와중에 클룩으로 예약해둔 신속항원검사를 해줄 간호사가 딱 시간 맞춰 왔다.



아무 증상도 없었지만 또 그게 뭐라고 괜히 긴장이 되긴 했다. 엄마 아빠보다 이럴 땐 더 어른스러운 딸이 제일 먼저 받고 그다음 나, 마지막으로 남편이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모두 음성. 체크아웃을 하고 로비에 요청해 음성 확인서까지 출력하고 나니 비로소 출국 준비가 다 완료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렇게 오전 12시도 되기 전에 캐리어는 호텔 로비에 맡겨두고 예약해둔 카바나로 갔다.


그로부터 12시간이 지난 현재 시각 목요일 밤 12시. 우리는 아직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도 타지 못했다. 그런데 벌써 너무 지친다.


발리 덴파사르 국제공항에서도 당연히 공항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을 줄 알고 좀 여유 있게 공항에 왔다. 그런데 너무 일찍 왔나 보다. 수하물 부치는 것도 시작을 안 한 상태였다. 그때부터 기다림과 피곤함의 시작. 카페에서 50분 정도 기다린 후 드디어 수하물을 부치고 출국심사를 통과한 후 라운지로 갔다. 대한항공 모닝캄이나 내가 가지고 있는 PP카드 둘 중의 하나로는 이용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재 운영 중인 라운지는 온니원. 바로 퍼스트 클래스 승객 정도 되어야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재차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No”였다.


그 순간, 과장을 조금 보태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라운지에서 편하게 요기도 하고 노트북과 폰도 충전시키면서 쉬려고 했던 계획은 무산되었다. 대신 배고프고 다리 아프다고 징징대는 딸을 달래 가며 탑승전까지 2시간 30분의 시간을 보낼 앉을 곳을 찾아야 했다.


총 3군데를 거쳐서야 우리는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첫 번째 간 푸드코트는 좌석도 불편해 보였고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 보여서 패스. 두 번째 간 식당은 안쪽에 따로 마련된 흡연실에서 담배연기가 너무 세게 흘러나와 딸과 함께 하기가 힘들어서 패스. 세 번째 간 곳은 이제 뭐 마음에 안 들어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버거 두 개와 아아, 오렌지 주스를 거의 4만 원 돈 내고 시킨 후에야 드디어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다리를 조금 쉬게 해 줄 수가 있었다.


아 그리운 인천공항이여~라운지의 소중함이여~



비행기에 타기도 전에 이미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두 지친 상태. 집을 떠나와 한 달 동안이나 타지 생활을 했지만 그 자체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날인 오늘 호텔 체크아웃 후부터 집에 들어가기까지 아마도 거의 26시간 정도가 걸리리라 예상이 되는데(인천공항에 금요일 오전 9:10 도착 예정이지만 동네 가서 보건소-> 휴대폰 매장-> 고양이 호텔을 들러 볼일을 마친 후 집에 귀가할 계획), 이 시간이 발리 한달살이 중 가장 힘든 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노트북 충전을 못해 아이폰 메모장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조금 전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아직 내 옆자리는 비어있다(나와 딸의 항공권과 남편의 항공권을 따로 구매해 체크인도 각자 하다 보니 좌석까지 맞추지는 못해 자리가 떨어졌는데 남편이 나름 배려해줘서 나 혼자 앉게 되었다). 부디 모든 면에서 과하지 않은 무난한 사람이 앉기를 바래보며 이륙 전에 업로드를 하기 위해 오늘은 급히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빈땅도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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