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서를 읽다 보면 당신은 어떤 부모인가에 대한 물음이 종종 나온다. 보통 교육방식에 따라 4가지 종류의 부모로 나뉘는데, 방임형, 허용형, 독재자형, 권위형이 그것이다. 과연 나는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우선 독재자나 방임형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모든 걸 수용해 주는 허용형 또한 아니었다.
어린 시절 여자라는 이유로 마냥 귀하게만 키우지 않고 강하게 커야 한다는 부모님의 양육 스타일 때문이었을까. 은연중에 우리 아이들도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즉 내가 모든 걸 다 해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부모로서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되도록 하게 내버려 두려고 노력했다. (생각은 그러하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가깝게 지내는 친구 엄마는 나를 허용적 부모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아마도 아이에게 선택권을 많이 주는 내 모습을 종종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키자니아를 함께 간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그날 벌어들인 돈을 상점에서 쓰고 싶어 했다. 친구 엄마는 지금 돈이 얼마 안 되니 나중에 다시 와서 큰 물건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아이를 설득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방법도 있지만 네가 생각해보고 선택하라고 했다. 아이는 결국 지금 당장 물건으로 바꾸고 싶어 했다. (결국 내가 허용해주니 그 집 아들도 덩달아하게 돼서 친구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 또한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은 무조건 어릴 때 최대한 많이 시켜줘야 한다고...
우리 아이는 상대적으로 그러한 선택의 실패 경험이 많다. 본인이 좋을 거 같아서 사달라고 고집을 부렸던 장난감이나 보드게임이 실제로 해 보니 생각과 다를 때가 많았다. 분명 몇 번하고 말 것이라는 걸 알지만 실패의 값으로 생각하고 사주었다. 역시나 마지막은 엄마, 아빠의 잔소리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스스로 다른 걸 살 걸 그랬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분명 어느 순간 본인에게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 믿는다.
미취학일 때부터 편의점에서 고르는 것 또한 많이 해보게 시켰다. 많은 먹거리 중 하나씩 고르는 걸 보면 사소하지만 아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사고방식으로 물건을 고르는지 알게 된다. 아이의 선택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런 것도 정해주는 엄마들이 있어서 가끔 내가 너무 많은 걸 허용해주는 건가?라고 고민한 적이 있다. 그 후에는 아이에게 젤리나 너무 자극적인 불량식품은 안된다고 어느 정도의 한계는 정해 주었다.
이런 양육방식을 기본으로 최근에 시도한 것들이 있는데 이 경험이 아이의 자존감을 많이 높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었던 '이것'
7살 혼자 편의점을 다녀와 본 경험이다.
저녁을 먹고 난 후, 군것질 거리가 없자 혼자 편의점에 가겠다고 했다.
아이의 생각이 그러하니 한번 혼자 다녀와 보라고 했다. 주차장을 지나가야 해서 걱정이 많았지만 내색 없이 갔다 오라며 카드와 장바구니를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불안한 마음에 뒤를 밟았다. 다행히 아이는 눈치채지 못했고 혼자 해냈다는 큰 성취감을 느끼는 듯했다. 차를 조심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차량 소리만 들려도 후다닥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내 생각보다 아이는 훨씬 훌쩍 성장해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이번에는 동생을 데리고 다녀오겠다고 했다.
3살 동생을 7살이 데려간다니 또 마음이 불안해서 뒤를 밟았다. 이번에도 아주 잘 다녀왔다.
조금씩 연습을 해 본 덕분인지
초등학교 1학년, 혼자 학교에 가다.
우리 아이 학교는 아주 큰 대로변 횡단보도를 한번, 작은 횡단보도를 2번 건너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아파트 내에 워낙 같은 학년 친구들이 많아 가는 길에 엄마들을 많이 만난다. 다들 엄마 손을 붙잡고 길을 건너간다.
학기 초, 혼자 가볼래?라고 제안했을 때는 싫다고 하더니 어느 날 혼자 가보겠다고 선언했다.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이번엔 정말 아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우리 아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해낼 거라는 믿음... 마음은 아주 불안했지만 그렇게 믿으려고 노력했다.
그날 우리 아이는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서 혼자 학교 가는 아이로 많이 회자되었다. 다행히 학교 가다가 만난 엄마들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어서 잘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친구 엄마들이 찍어서 보내 준 사진
다음날은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하이톡이 오겠지 싶어 9시가 넘어갈 때까지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다. 역시나 아무 일 없이 잘 지나갔다. 혼자서도 잘 다녔다.
하교 길에 만난 아이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말도 못 하게 보였다. 혼자 스스로 해낸 것에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원래 학교는 혼자 가는 것이 맞지만 해보려고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라고.
그 이후로 내가 이거 해볼래?라고 물어보면
"쉽지~ "라고 대답하는 게 우리 아이의 유행어가 되었다.
뭐든 해 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 아니었을까.
그때 불안한 마음에 아이가 해보려고 했던 걸 막았더라면 큰 성취감을 느끼는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