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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중년 마크 Apr 13. 2022

로또 1등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지 뭡니까

이미 충분히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소원이 없겠다. 란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저도 물론 마찬가지고요. 

20여 년 전에 로또가 처음 생겼던 그때엔 매주 몇만 원어치씩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아쉽게도 저도 1등에 당첨된 적은 없습니다만

지금도 매주 몇 명씩 1등 당첨자가 나오고 있고

이미 20년 동안 거의 매주 1등 당첨자가 있었으니


그냥 단순하게 매주 한 명씩만 1등으로 잡아도 20년 동안 로또 1등이 된 사람은 천 명이 넘네요. 

사실은 매주 여러 명이 나오니 실제로는 수 천명이 넘는 사람이 1등 당첨의 행운을 거머쥐었다는 거죠. 

그러고 보니 로또 맞을 확률은 길을 가다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작다고 하는데

20년 동안 벼락 맞은 사람이 수천 명이 되진 않을 테니 

이 말도 틀린 말인가 봅니다. 


이렇게 로또 1등 맞은 사람이 우리나라에만도 수 천명이 넘는데

왜 나는 이 수 천명 안에 들어가지 못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이 수천 명이라는 숫자가 무척 많아 보이고 

'나는 운도 지지리도 없지. 수천 명씩 1등 되어서 팔자 고치는 동안 나에겐 왜 이런 행운이 안 따라 주는 걸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제껏 별 탈 없이 무사히 살아서 50살이 된 것은

'어쩌면 엄청난 확률의 행운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 말이죠.  

    

매주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는 70명이 넘습니다. 

매주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의 숫자는 260명이 넘습니다.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는 이들은 매주 1500명이 넘습니다. 

최근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최근에 누적 사망자 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몇 가지만 생각해봐도 

우리나라에서 1주일 동안 안타까운 사연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은 이미 수천 명이 훨씬 넘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았지만 뜻하지 않은 슬픔과 불행을 겪게 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저 수천 명 중에 나와 내 가족이 포함될 확률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보다는 수천 배 이상 크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저에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행운인지 모릅니다. 

그것도 50여 년을 사는 동안 줄곧 그래 왔다면

이미 저는 엄청난 확률의 행운아일 수도 있겠네요. 

그것도 모르고 

이보다 훨씬 확률이 낮은 로또에 맞기를 바라고 지내 왔지 뭡니까.     


만약에 1등에 진짜 당첨되었더라면 

그만큼의 희박한 확률의 운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돌아왔었다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마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불운의 가능성도 나에게 올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재수 없게 벼락을 맞는 사람이 아주 가끔 있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인생은 수학으로 계산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확률이 높고 낮다고 해서 꼭 불행이나 행운이 공평하게 돌아오는 것은 아님을 잘 압니다. 


하지만 저렇게 생각하고 나니

50살이 되도록 큰 탈 없이 건강하게 살아온 나라는 존재와

내 곁에 지금도 함께 숨 쉬고 대화하며 있는 가족들, 친구들 그 밖의 모든 이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저도 정말 운이 좋은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로또 1등에 당첨되고 싶어서 복권을 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운이 좋은 사람이니 말입니다.


          

PS :... 실은 가끔 1등이 되어서 신나게 돈을 쓰는 상상을 잠깐 할 때도 있긴 합니다. 

아주 가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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