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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중년 마크 Oct 15. 2022

아내가 이뻐졌습니다.

'예쁜 것'과 '이쁜 것'의 구별

그동안 잘 쓰지 않았던 여러 가지 말 중에 ‘예쁘다’란 말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보고 ‘예쁘다’라고 하는 것은

주로 눈에 보이는 외면적인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말로 쓰입니다. 

기성세대 남자로 살면서 예쁘다는 말을 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이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은 아이가 태어난 이후부터였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예쁘고 하는 행동이나 말만 들어도 예쁘다란 말이 절로 튀어나왔었죠.     

정확히는 예쁘다가 아니라 ‘이쁘다’란 말입니다. 

저에겐 이 두 단어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연예인이나 아이돌 스타의 모습을 보면 ‘예쁜’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네, 예쁘다란 말은 무척 객관적이고 서사적인 말 같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하는 객관적인 예쁨이 있다면 

이쁘다란 말은 반대로 나의 주관이 강하게 들어간 말 같습니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이쁘다고 한다'는 말에서도 예쁘다 가 아니라 이쁘다는 말을 사용했더군요     


사전을 보니 이쁘다는 단어는 표준어로 예쁘다와 뜻은 같은 뜻입니다.  

1. 생긴 모양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기에 좋다.

2.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

라는 뜻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내를 보고 이쁘다란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마치 예전에 아기의 모습을 볼 때와 마찬가지 감정인 것 같습니다.     

젊은 날 연애를 할 때엔 그녀의 예쁨이 눈에 가득 차서 쫓아다녔고

엄마가 되어 아기를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는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그것은 '이쁘다'와는 다른 감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가끔 아니 자주 아내가 이뻐 보입니다. 

그냥 어느 순간 문득 아내의 모습을 볼 때

아름다운 이성으로서의 존재나 아이 엄마라는 역할에 따라 규정된 모습이 아닌

그저 저와 함께 이십 년을 살고 있는 사람인 그녀에 대해서

이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내 새끼를 이뻐할 때 객관적으로 예쁘게 생긴 아기와 그렇지 않은 아기를 구별하지 않듯이

아내는 그냥 아내라서 이쁘게 볼 수 있나 봅니다. 


나에게 이쁜 짓을 할 의도는 아내에게도 없겠지만

많은 시간 동안 같이 살다 보니 그런 것일까요.

가끔은 잔소리도 하고 말다툼도 여전히 하지만

그래도 이 날까지 별 탈 없이 같이 잘 살아준 아내의 모습 자체가 이쁘게 보이고 

그래서 그가 하는 행동도 이쁜 짓으로 보이나 봅니다.      


그럼에도 아내는 계속 ‘예쁘게’ 보이고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

모든 여성은 나이에 무관하게 예쁜 사람이고 싶을 테니 말입니다. 

그럼 저는 말로는 ‘예쁘다’고 말해주면서

마음속으로는 이쁘게 봐주면 되겠지요.     

'예쁘다'나 '이쁘다' 모두

소중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이고

그 차이는 밖으로는 티가 안 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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