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학중년 마크 Oct 13. 2022

먼저 가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

죽음은 유별난 것이 아닙니다. 

주변에서 떠나가는 사람들을 접하게 됩니다. 

부모님 또는 친척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거나

친구와 지인의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일들을 많이 겪게 되죠. 

2,30대에는 주로 결혼식과 돌잔치를 다닐 일이 많았다면

40대 이후에는 주로 장례식을 더욱 많이 다니게 됩니다.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TV에서 보았던 연예인들이 세상을 떠날때에도 유사한 충격을 받습니다. 

얼마전에 송해 선생님이 작고하셨죠. 

물론 송해 선생님이야 장수하셨으니 큰 슬픔보다는 아쉬움의 감정이겠지만

이렇게 눈에 익은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은 언제나 우리를 먹먹하게 만듭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나와 비슷한 연배의 선후배나 친구들조차 먼저 세상을 뜨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젊은 중년의 나이에 그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 건강 문제였습니다. 

아주 가끔은 황망한 사고로 세상을 뜨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장면을 목격하는 것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또는 부모님 세대가 노령으로 돌아가시는 것과는 약간 다른 종류의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나와 비슷한 세대의 죽음은

나도 저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의 가정으로 치환될 때가 있습니다. 

죽음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반사적으로 내가 갈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모아놓은 것도 이룬 것도 없고 가족과 아내와 아이가 있는데 

갑자기 죽음이란 것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면 막막해지곤 합니다.      

죽음에 대해서 누구나 당연히 인생의 마지막으로 알고 있지만

막상 죽음이 실제로 나에게 언제라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일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도 분명 우울한 일입니다. 

죽음은 언젠가 반드시 올 것이긴 하지만 마지막에 딱 한번 올 것 아니겠습니까.     


50이 되니 죽음이 크게 두 가지 다른 입장으로 다가옵니다. 

하나는 떠나 보내야 하는 입장입니다. 

일반적으로 나보다 먼저 떠나가실 분들, 부모님이나 친척어른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보내드려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는 자식이나 후손의 입장에서는 책임이 지워진 일이기에 절차에 따라서 무사히 장례를 치러야 하는 부담이 따릅니다. 저 역시 이미 20여년 전에 아버지를 보내드렸던 그 며칠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마음은 슬프고 애통하지만 장례식에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상을 치르다 보면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이별의 절차는 완료가 됩니다. 이 또한 먼 옛날부터 의도되어서 전해오는 위로의 관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떠나 보내는 일들을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순간 내가 떠나갈 때가 언제일까 라는 생각에 이르고 이제는 남겨진 자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깊어집니다. 

남겨진 자는 그래서 늘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한편으로는 늘 죽음을 기다리며 삽니다. 


이런 이야기는 저보다 연배가 많은 어르신 앞에서는 실례되는 말이겠지만

저는 남녀노소 누구나 죽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딱 한번이기에 운운하는 그런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이란 것이 

오늘 먹었던 아침 밥이나

밤에 이불을 깔고 잠을 자는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분명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인식에는 좋거나 슬프거나 하는 감정은 별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법칙에는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죠.

그저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기쁘게 살아가고

살아가는 것을 다 마치는 날에 또한 자연스럽게 사는 것을 멈추면 되겠지요.

미리 걱정할 것도 준비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만큼은 생명체로서의 모든 의미를 누릴 수 있게

건강하게 사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야 할테지만

그저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인정하고 보내 드리렵니다. 

남겨진 자로서도

언제일지 모를 그 날까지 열심히 숨쉬며 살아가야 하는 피조물의 숙명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wSRP0Tg5w

핑크플로이드의 명곡 wish you were here

이곡은 핑크플로이드의 원년멤버인 천재 뮤지션 시드배릿의 죽음을 애도하는 멤버들의 헌정곡이라고 합니다. 

원곡에 기타연주를 더빙했습니다. 

이전 04화 많이 남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