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학중년 마크 Jul 10. 2022

화를 내기 쉬운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주 화를 참으려니 이 또한 힘듭니다.

요즘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건을 보면      

아무 이유 없이 모르는 사람을 공격하는 사건도 자주 발생하고

운전을 하다가 사소한 시비로 인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또한 소위 ‘갑질’이라고 하는 일들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에서 부쩍 많이 접하게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음식점이나 매장에서 겪은 사소한 불만 같은 것에도 우리들은 참지 못하고 예상보다 더 많은 화를 내곤 합니다.

근래에는 코로나로 인해 택배나 음식 배달이 거의 일상화가 되었는데 그에 따라 소비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의 갑질도 더욱 많아지고 심해진 것 같습니다.


작은 불만이 있어도 화를 참지 못하고 어떤 대상에게 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러한 모습들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도 살면서 화를 내거나 화를 참은 경험이 참으로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가 많은 민족이라고 합니다.

천성은 착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 때문에 역사적으로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아왔고 그런 시련과 고통을 통해 많은 한을 속에 담고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역사가 어찌 되었건 간에 바로 현재를 살고 있는 저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 때 나이가 들면서 화나는 감정을 더 자주 느끼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화가 나면 그 자리에서 화를 내거나 싸움을 하는 것으로 화를 풀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큰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는 상대방과 화해도 쉽게 했던 것 같고 상대방도 내 화를 '젊어서' 또는 '혈기왕성해서' 그럴 수 있는 일들로 이해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나이를 먹으니 더 '화 내기 쉬운 위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집안에서도 가장 어른의 자리에 서게 되고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대부분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많이 있는 상황 속에 있게 되다 보니

어떤 일에 대해서 내가 지적을 받거나 혼나기보다는

내가 화를 내기 쉬운 위치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다 보면 예전 같으면 화를 낼 만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쉽게 화를 내게 됩니다.


가장 쉽게 화를 내는 경우가 내가 무시당했다고 여기는 때인데,

이 또한 나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화를 내거나 서운한 일을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는데

이제는 누군가 나에게 서운한 행동을 하면 그 행동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도,

즉 ‘이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화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그런 감정을 많이 느낄 때가 있습니다.

매장이나 음식점에서 젊은 직원이 성의 없게 응대를 한다거나

병원이나 은행에서 오랫동안 기다릴 때에도 이유 없이 짜증과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특별히 눈에 보이는 잘잘못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에게 화라는 감정이 생기는 것은 모두가 나 스스로 만들어낸 감정이라는 의미일 겁니다.   


틱낫한 스님의 <Anger>라는 책에서는

 ‘화는 우리 마음의 밭 속에 씨처럼 언제나 뿌려져 있는 것이기에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 화를 다스릴 줄 아는 방법을 모르면 결국 자신이 낸 화가 자신의 마음과 몸을 다치게 하고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합니다.    


화를 내는 것도 내가 결심해서 내는 것이지만

화가 나는 감정도 실은 내가 허락해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기분 나쁜 소리를 했을 때

나의 머리는 바쁘게 움직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지?’

‘이 사람은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이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건가? 아니면 무시하는 건가?’

‘내가 그동안 살아보니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나를 우습게 보는 거라서 그런 거야. 이럴 때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는 거지. 화를 내야겠어’     


조금은 과장스러울 수 있겠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런 순서로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에 대한 분석과 결정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거나 참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모두가 썩 유쾌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화를 내면 내는 대로 상대와 싸움이 생길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화를 내고 난 다음의 뒷수습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게 됩니다.

화를 꾹 참고 넘어가면 그 당시야 별 일은 없겠지만 그 후에 나 스스로는 그 화가 계속 남아 있게 되어서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때 한마디 했어야 하는데’ 하면서 계속 억울하거나 화가 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다음번이 언제가 될지 몰라도 비슷한 상황이 되면 언젠가는 전에 못한 것까지 합해서 화풀이를 하게 됩니다. 결국은 마찬가지 결과가 되는 것이겠죠.    

  

화를 내건 참건 간에 나 자신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 됩니다.

화가 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긴 한데, 나이가 들고 나니 세상에는 화나게 하는 일들이 많기도 합니다.      

감정은 항상 마음속에 숨어있는 것이기에 이들 중 어떤 것을 불러올릴 것인가는 늘 나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나를 화나게 좀 만들지 마”라는 말보다는

‘내가 화를 만들어 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니 상대가 화나게 하는데 어떡합니까?"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틱낫한 스님은 그럴 때를 위한 조언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화가 일어날 땐 내가 화가 난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를 떠나서 걸으면서 호흡을 하라. 그러면 화는 가라앉게 된다.’     


마음의 밭에서 씨앗으로 숨어있다가 싹을 틔우며 올라오는 화를 인식했을 때, 이를 키우는 햇빛과 물을 주지 않고 바로 자리를 피해서 호흡을 하면 화의 씨앗은 양분을 얻지 못하고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겁니다.


농부들은 밭에 잡초가 눈에 보이면 바로 그날에 제거를 해줍니다.

그날그날 제거를 하지 않으면 다음날에는 두 배 세 배로 늘어나서 며칠 가지 않아 밭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되거든요.      

우리 마음속 밭도 이렇게 관리해야 한답니다.


쉽지 않지만 노력해야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나이가 들수록 화가 많아지고 화를 내기 쉬운 위치에 있고, 화를 낼 만한 대상들도 많아지다 보니 앞으로 나는 더 많은 화를 품고 살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살아온 날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화를 내면서 지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틱낫한 스님의 충고를 잘 새기며

마음속의 화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마음을 잘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자주

매일

종종

그럴수록 더 좋습니다.



이전 09화 이름을 불리우는 것보다 부를 일이 많아졌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