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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중년 마크 Oct 10. 2022

연락처의 번호들 중 대부분은 연락을 하지 않더군요

그많은 사람들과 다 연락하고 살 필요도 없겠지요

무심코 전화기를 들여다 보다가 이 숫자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448

전화기에 저장된 연락처의 숫자

2158

카카오톡 친구 숫자     


특히나 카카오톡 친구 숫자가 왜저리 많은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주 예전부터 전화기를 몇 차례 바꾸면서 들어 있던 전화번호들이 한꺼번에 옮겨지면서 저러한 결과가 되었나 봅니다. 

그러다보니 카카오톡 친구 리스트에서 내가 아는 사람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실명으로 검색이 한번에 되면 다행이지만 보통은 다른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450여명에 달하는 전화번호 연락처도 그렇습니다. 

연락처를 일일히 살펴보아도 막상 잘 알거나 최근까지 연락을 하는 사람의 이름은 그리 많아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군지 이름만으로는 알수가 없는 이들의 연락처도 꽤나 들어있습니다. 


저 많은 사람들중에서  직접 통화를 하거나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사람의 수는 몇 %나 될까요?

저같은 경우는 5%가 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향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더욱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선 유선전화로 이야기 하는 횟수와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을 그리 즐겨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핸드폰이 보편화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과 목소리를 주고 받으며 많은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명절이나 연말연시 때에는 상사나 친구 친척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인사를 드리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꼭 그런 특별한 때가 아니라도 일 년에 몇 차례 정도는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근황을 물었던 ‘안부전화’도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요.

글쎄요, 요즘은 꼭 일반적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유선 전화보다는 카톡이나 문자로 연락하는 일이 훨씬 많고

직접 통화를 하는 때는 주로 업무적인 일이거나 문자등이 어려운 연배가 높은 분들, 아니면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 등 제한적인 범위에 그치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음성통화 요금은 거의 기본요금에 무제한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 같은데 요금이 많이 들지 않는데도 전화통화가 줄었다는 것은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화걸어서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 줄었거나 혹은 반대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이 줄었거나. 쓰고 보니 둘 다일수도 있겠군요. 

  

그러다보니 어쩌다 오랜만에 아는 사람이 연락을 해와도 마주 받는 입장에서 무척 낯설고 어색함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궁금하고 반가운 마음보다는 무슨일로 전화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게 되고 혹시나 좋지 않은 일로 연락을 했을까봐 살짝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들의 대부분은 광고 전화이기가 일쑤라서 상담원들의 이야기를 도중에 막고 전화를 끊기도 여간 성가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뭐 어쨌건 간에 그러저러한 이유들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니 어느샌가 저또한 현격하게 전화통화를 하는 일이 줄어들었고 그에 비해서 쓸데없이 거대한 연락처의 데이터만 덩그러니 남아있게 된 것 같습니다. 


잠깐 고민을 했습니다. 이 연락처를 일일이 보면서 필요없는 연락처는 삭제를 할까 하고 말이죠.

결국은 삭제를 하나 안하나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습니다. 

연락이라는 것이 꼭 자주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평생에 단 한번을 하더라도 할 일이 있으면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좀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수많은 연락처의 주인들에 대한 부담스러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20대 30대 때엔 명함을 모으고 부지런히 사람을 만나서 연락처를 많이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열심히 돌아다니던 적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전부다' '남자는 인맥이 넓어야 한다' 같은 말도 당연하게 믿고 지내왔습니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때 몇 백 장 몇 천 장의 명함을 모았건 또는 전화번호에 몇 백명의 연락처를 저장하고 살았건 간에

지금 내가 연락을 하면서 지내는 사람의 수는 무척이나 적습니다. 

그리고  그 얼마 안되는 사람들과도 제대로 소통을 하면서 지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관계를 위한 노력을 인위적으로 기울이는 것은 저에게는 불필요한 일이겠지만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수다스럽지 않지만 오래도록 정을 나눌 수 있는 소박한 친구와 이웃들 몇몇 정도는 간직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끔이라도 연락을 해야겠지요. 

물론 제가 먼저 해야 할 겁니다. 

비록 상대편에서 썩 반가워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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