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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Feb 10. 2018

대타

<100일 글쓰기> 24/100


  sis와 나는 네 살 차이가 난다. 둘 다 어른스러운 인상은 아닌데다 체격도, 분위기도 닮은 구석이 많아서 같이 다닐 때면 처음 보는 사람들은 친구 내지는 쌍둥이냐고 묻곤 한다. sis가 중학생이 된 후부터 줄곧 그래왔던터라 얘는 매번 좀 억울해하기도 한다.

  sis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고, 내가 영 한량처럼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을 적에는 그 엇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걸 이용하기도 했다. 하필 고등학교 예비 소집일과 중학교 졸업식 날이 겹쳐서 양쪽을 다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새 친구들이야 나중에라도 사귀면 될 일이니 sis는 중학교 졸업식에 가는 걸 선택했고, 예비 소집일에 설명도 듣고 유인물 같은 것도 받아놔야 하지 않겠냐 하는 이유로 내가 대신 예비 소집에 참석했다.

  배정된 과는 반이 1개밖에 없어서 3년 내내 같은 친구들과 같은 반 생활을 할 예정이었다. 얼떨결에 서라는 줄에 같이 섰더니 그 반 애들과 두 줄로 줄지어 앉아 선생님들의 설명을 듣게 됐다. 뭔가를 기록해서 제출하라는 말에 빈 손으로 갔던 나는 옆에 앉은 애에게 '나 펜 좀 빌려주라.' 하고 빌려다 썼다. 당시에 오렌지색 머리칼에 한겨울임에도 디자인이 요란한 오버사이즈 기모 후드만 덜렁 입고 있었다. 가녀린 덩치는 절대 아닌데다 하필 주위에 앉은 친구들은 다 체구가 작고 갸냘프고, 귀 밑 반듯한 검정 단발머리들을 한 채 중학교 교복을 입고 와 있었다.

  후일에 전하기를, 나를 보고 괜히 주눅 들고 겁 먹은 친구들이 있었다고. 외국 생활을 하다가 한 1년 늦게 학교에 입학한 케이스인 줄 알았다고 한다. 진상이 밝혀진 후에도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누구네 언니-라는 수식어가 더해져 sis네 반의 유명 인사가 되어버렸다. 그때 펜을 빌려준 친구는 sis가 여전히 자주 만나는 절친 중 하나다. 하필 sis의 친구들과 관심사가 겹치는 부분도 많아서 얘들은 모이면 여전히 내 얘기를 꼭 하고 지나간다고 한다. 아니, 왜...? 우리 제대로 만난 적도 없잖아요, 친구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서로서로 내적 친분은 쌓일만큼 쌓인 것 같다.

  여전히 친척들은 나와 sis 중 누가 누구인지를 잘 구분하지 못 하고—전화 통화하면 오답률 50%—낯선 곳에 팔짱을 끼고 나들이를 가면 친구냐는 말을 듣는다. 서로의 지인과 마주쳐도 지인이 먼저 알아보고 "진짜 똑같이 생겼어!" 라고 웃기도 하는. 물론 내 친구들은 "왜 니 동생은 예뻐?" 라고 눈치 없이 묻기도 하지만, 우리 한 배에서 나온 진짜 혈육 맞는 걸로.

  얼마 전에 아빠가 <피고인> 이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하시는 걸 봤다. 쌍둥이 동생이 비정하게 제 형을 없애고 형인 척 살아간다는 설정이었는데, 나랑 sis는 꼬옥, 꼭 화목하게 죽을 때까지 잘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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