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은 사실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다른 감정 같아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상대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그 행복을 위해 애쓰는 일, 그리고 그 사람을 살피는 것. 이것들이 결국 핵심이다.
사람들은 ‘좋아한다’와 ‘사랑한다’가 다르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감정들도 결국 나로부터 시작해서 상대에게 닿는다는 점은 같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상대의 작은 부분, 사소한 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처음에는 그저 좋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너무 좋아서 흥분도 된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해주고 싶고, 그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내 모든 것을 다 줘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그 좋아하는 마음이 채워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다른 방법을 찾아서라도 표현하게 된다. 상대에게 다 주고 싶은 내 마음, 그걸로 만족할 수 없을 때.
그런데 이렇게 몰두하다 보면 문득 정신이 차려진다.
“그럼 너는?”
극단적인 예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모습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가 열심히 애쓰고 진심을 다했는데, 상대가 그걸 받아주지 않으면 섭섭하다. 이 감정은, 사랑과 또 다른 점이 있을까?
사랑의 시작은 비슷하지만, 그 과정과 깊이는 다르다.
사랑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상대를 살펴본다. 표정 하나까지.
둘째, 상대를 살펴본다. 숨소리의 패턴까지.
셋째, 상대를 살펴본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넷째, 상대를 살펴본다.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다.
사랑의 목적은 하나다. 상대가 행복한 것. 그 행복을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바라는 건 상대의 행복한 웃음뿐이라는 것. 그 웃음이 나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걸 몰라도 상관없다.
나는 그걸로 족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사랑과 우정은 정말 다를 게 없다.
친구를 위해서도 “내가 널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게 우정이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을 다 주려는 욕심 대신, 아이의 웃음을 지켜보려는 마음.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그 마음. 이것이 진짜 부모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 선택하면 그때부터 고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유는, 상대가 웃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내가 그 사람을 행복하게 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무엇을 더 받지 못했어도 상관없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고민이란 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공감을 얻으면서 해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쏟아 내고 폭발시킨 다음 ‘그 마음 알아, 나도 이해해. 힘들었겠다. 넌 정말 최선을 다했어.’ 이런 응원과 위로를 받을 때 비로소 내가 틀린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발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걸 해줄 수가 없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가 없으니까. 하다못해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했더라면 좋았을 걸. 취업을 준비할 때 상사 시험이라도 봤다면 좋았을걸. 내가 상사에서 일을 해 봤다면 구로다 씨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가와시로 사키 ‘전남친 최애음식 매장위원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