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수목원에서 고요의 길 발견
어디인지 아는 사람은 있을까?
사람의 파도를 타고 수목원 끝으로 가서
숲 가장자리 13번 길, ‘아침고요산책길’로 접어들었다.
휴일이라 인파가 넘쳤지만,
그 파도를 타고 고요의 길을 찾아 나선다.
처음부터 목적지는 아니었다.
함께 걷던 친구와 “맵이 없나?” 하며
편의점 라면 냄새가 감도는 북적이는 길을 지나쳤다.
그리고 드디어,
‘아침고요산책길’이라 적힌 13번 표시가 있는
수목원 지도를 발견했다.
산책길은
수목원 위쪽 숲 근처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여기다.”
피톤치드도 필요 없다.
고요만 있다면 충분하다.
아마도 이 길은
‘오늘’은 있었지만,
‘내일’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가치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은 수목원 중심부에 있었고,
우리는 그들의 소리가 닿지 않는 길로 들어섰다.
마치 방음벽이 둘러진 듯한 공간.
군데군데 나무 밀도가 낮아도,
충분히 그들의 소리를 차단해 주었다.
나무 이름조차 몰랐지만,
분위기 하나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숲.
고요하기에, 가치 있는 길.
이 길은
결코 소문내고 싶지 않은,
‘내가 좋아하는 길’이었다.
드디어,
‘나의 퍼즐’ 한 조각을 찾았다.
나는 고요한 숲길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다음 고요의 길은 어디에서 찾게 될까?
나는 MBTI로 INTP.
진한 ‘I’의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나에게
고요한 숲길은 취향에 100% 부합하는 공간이다.
2023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수목원은 총 73개소.
국립 4곳, 공립 37곳, 사립 29곳, 학교 부속 3곳.
한 곳씩만 찾아가도 나의 휴식처는 차고 넘친다.
지금껏 나의 취향을 몰랐던 건,
찾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찾기 시작하면,
이렇게도 쉽게, 요행처럼 손에 들어올지 모른다.
그 취향이 숲길 하나에만 있을 리도 없다.
내 방에도,
내 일터에도,
내가 쉬는 장소에도
분명히 ‘나의 퍼즐’은 숨어 있을 것이다.
100개의 퍼즐 조각 중
절반만 찾아도 나는 나를 50% 이해하는 셈이다.
그럼 충분하다.
편린으로 생을 마감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제,
취향으로 나를 찾는 여정.
그 첫걸음이 이렇게 풀렸으니,
앞으로의 전망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찾지 못하는 날이 오더라도,
그 과정 속 ‘찾는 즐거움’은 변치 않을 테니까.
그러니,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시, 길을 떠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