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를 갈아 넣고, 치킨 스톡을 1 큰술, 셀러리와 당근, 양파의 단맛이 충분히 배어들기를 기다리는 시간. 이 수프는 단순한 해장 음식이 아니라, 나를 실험하는 과정의 일부였다. 보통은 레시피를 검색하고, 레시피대로 해 본 후, 다음에 조리할 때는 내 입맛을 기준으로 레시피를 변경한다. 조미료를 덜 넣거나, 육수를 내는 재료를 더 넣거나 등등. 원하는 맛의 미래를 상상하고, 손끝으로 그 가능성을 하나씩 구현해 본다.
내 세 번째 퍼즐, 실험과 시도다. 지치지도 않고 변형하고 새로 그려보고 없던 것을 생각해 낸다. 얻으려는 것은 맛있는 결과. 그것이 식사 준비가 아니더라도. 식빵 클립을 모아 책상 전선 정리를 하는 방법을 검색하고, ‘나’에게 맞게 방법을 변형하는 일도, 잘 되면 결과는 맛있다.
나는 오늘도 실험한다. 음식을, 도구를, 시스템을, 나 자신을.
세상은 호기심 천국이다. 그리고 나는 그 천국의 1등 국민이 되고 싶다.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누군가가 말해준 매뉴얼대로 살기보다,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고 싶은 욕구가,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한다.
짜장 라면에 툼바 라면을 섞은 것도 오늘의 실험이다. 툼바 라면을 먹어보곤, 짜파구리가 생각났고, ‘그렇다면…?’이라고 생각했다. 조리법을 정하고, 수프를 섞고, 물을 버리고 수프를 섞을 때 불을 작은 불로 조정하며 “이 조합은 괜찮을까?” 한다. 짜파구리보다 나쁘지 않다. 오늘도 결과가 내 입에 딱 맞았다.
섭씨 60도의 물로 커피를 내린 적도 있다. ‘쓴맛이 사라지면 무슨 맛이 남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녹차에서도 단맛을 찾아보려 했다. 대형마트에서 산 평범한 원두에서도 뜻밖의 과일향을 발견했을 때, ‘커피도 결국 뜨거운 물에 우리듯 추출해 마시는 ‘차’다. 그런데 왜 우리는 ‘Coffee & Tea’라고 따로 부를까? 커피는 원두를 볶은(로스팅) 것이고, 차는 찻잎을 덕었을 뿐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실험들은 대단한 도구나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 냄비, 블렌더, 라면 두 개, 21g의 원두 가루면 충분하다. 특별히 준비할 것이라고는, “안 해봤던 걸 해보려는 마음”이다.
실험을 한다는 건, 무법자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첫째, 내 취향은 사회의 관습이나 유행 속에 있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것. 남들이 좋아하는 걸 따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를 허락하는 것.
둘째, 내 취향을 찾기 위해 오히려 ‘내가 싫어했던 것들’도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것. 실험은 기존의 나를 잠시 보류하고, 새로운 나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과정이니까.
셋째, 실패해도 괜찮다고 인정하는 태도. 실패는 상사(常事)이니, 수많은 반복이 내게 축적된다. 또 하고, 또 해보는 게 실험 혹은 시도의 팁이다.
넷째, 결국 이 모든 건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 실험은 의무가 아니라 놀이니까.
Notion으로 플래너를 만들다가, 제약에 부딪혔다. 데이터베이스 필드를 수식의 변수로 넣지 못한다는 한계를 발견하고, 방향을 틀어 Numbers(Mac의 Spreadsheet)를 써봤다. 복잡한 연동 없이도 대시보드를 구성하고, 목표와 진행률을 한눈에 보이게 만들었다.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다. 실험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태도다. 많은 것을 시도해 보는 것.
그런 실험들이 쌓였을 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잘 알게 된다. 다시 말해서, 실험 혹은 시도를 좋아하는 것이 나의 한 부분이지만, 실험 혹은 시도는 내 퍼즐 조각을 찾는 과정 혹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니 중단할 이유는 없고, 계속 진행한다.
독자 여러분에게 권하고 싶다. 거창한 실험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실험부터 시작해 보자.
• 계란 프라이를 반숙으로 익혀볼 것
• 김치볶음밥에 설탕 한 꼬집을 넣어볼 것
• 평소 잘 안 입던 색상의 옷을 입고 외출해 볼 것
• 쓰던 앱을 지우고 종이 다이어리를 써볼 것. 반대로, 종이 다이어리를 덮고 디지털 다이어리를 써볼 것.
이런 사소한 시도들이 취향의 폭을 넓히고,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를 알게 된다.
실험은 단지 새로운 결과를 얻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나라는 퍼즐을 맞추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계속해볼 수 있다.
그게 바로 나다.
오늘도 퍼즐 조각 하나를 찾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