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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뒤에 숨은 태도

바리스타의 진짜 서비스란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요즘 카페는 단순한 커피 판매 장소를 넘어, 하나의 ‘공간 경험’을 파는 곳이 되었다.


SNS를 통해 공간 사진이 소비되며, 카페는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공유할 가치가 있는 장소’로 변화했다.

고객들은 커피 한 잔의 맛뿐 아니라, 조명·인테리어·음악·심지어 바리스타의 분위기까지 포함된 ‘전체 경험’을 소비한다.

실제로 [서울시 소상공인지원센터]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고객은 카페 방문 시 ‘맛’보다 ‘공간 분위기’와 ‘직원 응대’를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고객은 맛있는 커피만이 아니라, 따뜻한 분위기, 섬세한 배려, 익숙한 공기의 밀도를 마신다.

그 중심에 바리스타가 있다.


메뉴를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


많은 신입 바리스타들이 처음엔 레시피나 기기 조작법에만 집중한다.

물론 기본이다. 하지만 고객이 기억하는 건 ‘태도’다.

무표정한 얼굴, 기계적인 “주문 도와드릴게요”는 브랜드를 소모시킨다.

반대로, 살짝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고르셔도 괜찮아요”라고 말해준다면?

그 한마디가 재방문을 부른다.


서비스는 감정 노동이 아니라, 감정 디자인이다


서비스업은 ‘을’의 일처럼 여겨지기 쉽다.

진짜 잘하는 바리스타는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다.

불친절한 고객도, 지나치게 말이 많은 손님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이건 나의 하루 일부일 뿐”이라고 스스로 정리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를 지키는 동시에, 공간의 공기 밀도를 지켜주는 기술.

그게 바리스타의 프로페셔널리즘이다.


매뉴얼보다 현장감


최근 대형 카페 브랜드들은 ‘서비스 매뉴얼’을 정형화한다.

“어서 오세요 → 주문받기 → 감사 인사” 식의 흐름.

하지만 사람은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혼자 조용히 있는 고객에겐 말 수를 줄이는 것이 배려일 수 있다.

커플이 다투다 들어왔다면?

주문 중간에 약간의 유머로 분위기를 전환시켜 줄 수도 있다.

이건 현장에서 체득한 센스, 즉 서비스의 감각이다.


바리스타는 ‘작은 환대’를 디자인하는 사람


당연히 해주는 말이라고 느끼지 않게 만드는 것이 진짜 환대다.

“따뜻한 음료 먼저 드릴게요”,

“머그잔 괜찮으세요?”,

“비 많이 오는데 조심히 들어가세요.”


작고 사소하지만, 이 한마디 한마디가 쌓여

그 카페는 단골을 만들고, 그 바리스타는 기억에 남는다.




커피는 시간이 지나면 식지만, 좋은 태도는 오래 남는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기억을 쌓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기억의 온도는 말투와 눈빛, 기다려주는 태도 속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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