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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ine

지겨움이 아닌, 변화의 시작점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아침에 눈을 뜨면 늘 같은 순서로 하루가 흘러간다.

알람 볼륨을 확인하고,

요가와 스트레칭을 하고,

간단히 식사를 준비한다.

퇴근 후엔 씻고 저녁을 차려 먹고,

설거지까지 마치면 하루의 공식이 끝난다.


이런 Routine은 처음엔 든든하다.

몸이 알아서 움직이니 머리는 여유로워지고,

시야도 넓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익숙함은 곧 무뎌짐이고, 무뎌짐은 곧 실수다.

어느 날은 설거지를 하다 종이컵에 물을 부어 놓고 멍하니 서 있기도 한다.

때론 종이에 손끝이 스르르 베이기도 하고.

일상의 사소한 틈이 불쑥 드러난다.


가끔은 이런 루틴에서 벗어나고 싶다.

저녁 준비가 귀찮아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결국 라면에 밥을 말아먹는다.

장보기를 미루다 보니 반찬은 김치뿐이고,

밥 위에 김치만 올려 먹으며 “심플한 미니멀 라이프네”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웃픈 순간이다.


사전은 Routine을 이렇게 정의한다.


a regular way of doing things in a particular order

a sequence of actions regularly followed


Routine은 분명 효율적이고 편리하다.

그러나 동시에 지루함을 불러오고,

나를 작은 쳇바퀴 안에 가둔 듯한 착각을 만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겹다”는 건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Routine을 조금 가볍게 만들면 어떨까.

아침 스트레칭 대신 잠깐의 산책을 하거나,

설거지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머그컵을 몇 개 더 들여놓는 것처럼.

작은 변주 하나가 일상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결국 Routine은 나를 붙잡는 굴레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숨 쉴 틈을 마련해 주는 장치다.


오늘도 알람은 어김없이 울리겠지만,

내일은 조금 다른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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