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 6일 차

새싹비빔밥

by FONDOF

2026년 3월, 49개월









차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부신다.
엄마가 창문을 잠깐 열어주니 차가운 바람이 들어온다.
기분이 좋아,
왠지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아빠가 먹기 좋게 잘라준 사과를 우물거린다.
아삭아삭 기분도 조금 달콤해지는 거 같다.

어, 저기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테슬라가 지나갔다!
저기 노란 버스가 가네, 저것도 유치원 버스인가?
저 친구도 가방을 멨네.
쟤도 유치원에 가는 걸까?
아 나도 지금 유치원에 가고 있지...

익숙한 동네 풍경이 끝나고
잘 모르는 큰길이다.
빨간불이네,
이 길을 건너가면 이제 곧 유치원이 나오겠지.
심장이 콩닥콩닥,
엄마랑 헤어지는 순간이 다가온다.

유치원 안 가고 싶다고 한 번 말해볼까..?
"엄마.. 나 유치원 안 가고 싶은데... "
엄마가 왜 대답이 없지?
운전하느라 그런가..



유치원 문이 열릴 때 맞이해 주는 안경 낀 선생님 얼굴이 떠오른다.
목소리도 두껍고 조금 무서운데...
엄마랑 헤어지고 그 선생님을 따라 들어가야 하는 건 너무 싫은 일이다.
엄마를 다시 만나려면 아주 긴 시간이 지나야 한다.
친구들이랑 교구도 갖고 놀 수 있지만, 아직 다 너무 낯설은데.
유하 보고 싶다.

내가 먼저 이름을 얘기해 주면 친구가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줄까?
못 들으면 어떡하지?
대답을 안 하면 어떡하지?
먼저 말을 거는 건 조금 부끄러워,
어제도 그냥 친구 얼굴만 쳐다봤는데..

쉬 마려우면 어떡하지,
아빠가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도와주실 거라 했지만..
부끄러운데.

점심시간에 또 초록색 채소가 나오면 어떡하지, 먹기 싫은데.
그거 먹다가 토할 거 같으면 어떡하지?
토할 거 같은데..

물을 쏟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옷에 뭐를 묻히면 어떡하지.
혼나는 건 아닐까..?

목구멍에서 뜨거운 뭔가 차오르는 거 같다.
콱, 하고 커다란 뭔가가 목구멍에 꽉 찼다.
눈물방울이 두 뺨에 줄기 져 내려온다.
따뜻하다, 입가가 간질간질.
혀를 내밀어 눈물을 닦아본다.
짭짭.




차가 멈추고 엄마가 문을 열어준다.
싫어, 엄마.. 벨트 풀지 마.
내리기 싫어.. 다시 집으로 가자...

"으응, 가기 싫구나. 마음이 어렵지?"

엄마가 내 마음을 이해해 준다,
어쩌면 유치원에 안 가도 된다고 할지도 몰라...!
엄마의 얼굴을 살핀다.
화가 나 보이진 않는다.
한 번만 다시 얘기해 볼까?



"엄마, 나 유치원.. 안 가고 싶어.."

"응, 알지. 태은이가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어."

"그럼 안 가도 돼?"

"하지만 가야 해.
유치원은 가고 싶을 때 가고 안 가고 싶으면 안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가기로 했으니 그냥 가는 거야."




엄마가 화가 난 건 아닌 거 같은데..
도무지 내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저 앞에 유치원이 보인다.
엄마 손을 잡고 있고 싶지만...
손을 뿌리치고 발걸음을 돌려 주차장 쪽으로 두어 걸음 가볼까.
그러면 엄마가 알겠다고,
오늘은 집에 가자고 할지도 몰라.

아 그런데 엄마가 화나면 어떡하지?
일단 가보자..



아 벌써 다 왔네..
엄마 벨 누르지 말지..
엄마, 엄마.. 가지 마.
나 엄마랑 있을래..





등원 6일 차,

뭣도 모르고 휩쓸리듯 등원한 지난주와 다르게

이번 주는 매일 눈물로 등원 중.


유치원까지 아이를 데려다주며

작은 가슴 복작스럽게 들썩이는 마음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그런저런 감정들이 한 데 섞여

가장 조화로운 감칠맛을 내는

한 그릇 새싹비빔밥 같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설렘과 매콤한 두려움,

상큼 새콤한 자신감과 짭짤한 용기,

이따금 쌉쏘롬한 맛도 나는 불편한 마음까지

눈물 참기름 한 방울로 마무리 한

맛있는 새싹비빔밥.





한 술 그득 떠서

볼이 터지도록 우걱우걱 먹고

아이의 마음이

또 한 뼘 자라난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