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00일
결혼 전 혼인교리에서 배운 내용이다:
우리가 아가의 100일을 챙기는 건
물론 백일 동안 건강하게 잘 자라온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 계속 건강하게 잘 바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념하는 바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란다,
수정이 되는 그 순간으로부터 딱 1년째 되는 날이
바로 100일이라는 것.
그러니 생명이 언제서부터 시작되는 건지,
어디서부터 생명이라 여기는 건지.
생명의 존엄은,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여겨온 역사라는 점을
혼인교리 때 신부님께서 얘기해 주셨던 기억이 있다.
백일의 기적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태은이가 우리 삶에 쨘 등장한 후부터
매일매일이 기적이다.
이 뜨끈하고 막직한 존재가
쌕쌕 뿜어내는 좋은 냄새를 취하도록 킁킁대는
기적적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태은이의 100일이 15번 지나
어느덧 생후 1500일 어린이가 되었다.
오늘 아침에도
"유치원에는 왜 가야 해?"
매일 같은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태은이가 벌써 다섯 살이 되었잖아.
다섯 살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는 나이거든.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배우려고 유치원에 가는 거야."
라고 매일 했던 같은 얘기 해주고
아이를 유치원에 들여보냈다.
컴컴한 집으로 돌아와 거실 불을 켜자
아이가 갖고 놀다 어질러놓은 레고조각들,
반쯤 먹다 남긴 우유팩,
말라버린 치즈빵,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아이의 애착인형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가 두고 간 흔적들을 잠시간 바라보다
치우기를 조금 미뤄두고
푹 꺼진 소파에 눕듯이 앉아
엄지손가락을 위로 튕기며
아이가 이 세상에 왔을 때부터의 사진들을
다시금 보았다.
사진만 보아도
그 촉촉하던 손,
내 어깨에서 늘 나던 시큼한 냄새,
옹알옹알 할딱이는 숨소리까지
전부 되살아나버려서
한참을 그 속에 머무르고 말았다.
쪽쪽이 문채로 주먹도 먹고 싶어 욱여넣느라 늘 딜레마인 널 사랑해
잠들려는 찰나에 헤에에 기분 좋은 소리 내는 널 사랑해
한참 자고 일어난 두 뺨이 분홍빛으로 물든 널 사랑해
손가락 빨다가 너무 깊이 넣어 웩 우웩 하는 널 사랑해
젖내 폴폴 나는 입 늘어지게 벌려 하품하는 널 사랑해
하늘 보고 누워 버둥대며 쉴 새 없이 쫑알대는 널 사랑해
꺄르르깔깔 소리 내어 웃다 웃다가 딸꾹질하는 널 사랑해
졸음 쏟아질 때면 품으로 얼굴을 비비며 파고드는 널 사랑해
꿈을 꾸는 건지 자는 중에도 세상 행복하게 웃으며 들썩이는 널 사랑해
주먹 꽉 쥔 손을 펴보면 새콤한 냄새가 나는 널 사랑해
맹렬하게 울어대다가 젖병 흘깃 보이면 혹혹혹혹 가쁜 숨을 쉬는 널 사랑해
배불리 다 먹었다 싶어 지면 입술에 힘을 잔뜩 주고 입을 딱 닫는 널 사랑해
눈 마주치고는 천천히 씨익 웃으며 몸을 베베꼬는 널 사랑해
#엄마나이다섯살
#100일의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