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현지 대학교 탐방기
짜장이 좋아 짬뽕이 좋아? 한국인에게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그런데 인도에 가면 이와 비슷한 질문이 하나 더 생긴다. 라씨가 좋아 짜이가 좋아?
라씨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인도인의 차, 짜이. 인도에 가면 시장이든, 기차역이든, 대학교에서든 어디에서도 마실 수 있는 차가 바로 짜이다. 나를 바라나시로 이끈 대학교 때 친구가 라씨를 처음 소개해줬다면, 지금 네루 대학교에서 만날 친구는 내게 처음 짜이를 알려준 친구였다.
인도의 국민차라는 짜이를 내가 처음 맛보게 된 건 대학교 3학년, 학교 축제 때였다. 다양한 학과와 단체, 동아리들이 모여 자신들의 특징을 뽐내는 가판대 거리를 지나는데 갑자기 우리 과 친구 한 명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친구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부스는 불교와 관련된 동아리였다. 무슨 기독교 대학교에 불교동아리가 있었나 싶었지만,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던 곳. 그런데 그 안에 내 친구가 있는지는 몰랐다. 친구에게 붙잡혀 부처님의 말씀을 들려줄까 싶었는데 친구가 건넨 것은 찜질방의 황토방 색깔의 차 한 잔이었다.
입으로 마시는지 코로 마시는 건지. 처음 보는 낯선 색깔의 물이, 그것도 차라는데 입으로 들어가기까지 몇 번이나 코를 킁얼거렸는지 모른다. 인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차라며 몇 번을 먹어도 괜찮다고 해서 그렇게 한 번 홀짝 들이켜보는데, 색깔만큼이나 마치 찜질방에 온 것처럼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옆에 있는 친구들은 특이한 차라고 흘려 넘겼지만 나는 그때 그 기독교 학교 안의 불교동아리와, 친구의 모습, 그리고 친구가 건네준 내 첫 번째 짜이차의 이미지가 꽤 오래 남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인도에 오기 전, 문득 그 아이가 떠올랐다. 짜이 친구는 무얼 하고 있을까? 졸업 이후에 연락은 끊겼는데... 정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는 인도에 갈 거니까 인도하면 짜이 친구가 생각나니까 그 친구에게 2년 만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핸드폰도 되지 않고, 연락처도 없는 번호가 되어있었다. 아주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일촌을 맺었던 싸이클럽을 뒤져보는데 대박. 정말 그 친구는 인도에 있었다. 그것도 대학원에 가 있었다. 그렇게 인도에 푹 빠져 있더니 결국 인도로 갔구나.
친구의 방명록에 나도 인도에 갈 거라고 하곤 무작정 인도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링.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사는 **이라고 하는데요. 학교, 국제학. **학번. 기억하..."
"야. 정말 반갑다. 잘 지내?"
여전히 호탕한 그 아이였고 우리는 그렇게 인도에서 다시 재회하기로 했고, 나는 정말 네루대학교 앞에 서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네루대학 정문. 델리대학과 더불어 인도에서 손에 꼽히는 명문대학이라고 했지만 생각보다 고요하다. 아마 방학기간이라 그렇겠지? 인도에 오고 나서부턴 어디를 가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휩쓸리듯 움직였는데 오히려 학교에 오니 여기가 인도에서 사람이 가장 없는 곳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학교 정문 앞에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길을 천천히 걸어가다 공중전화가 보였다. 가방을 내려놓고 주섬주섬 가이드북에 적어둔 친구 번호를 찾았다.
"나 도착했어. 정문이야."
"알겠어. 금방 나갈게. 거기 있어."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하고 꽃은 활짝 피어있고, 거기다 한국 친구까지 만날 것이니 얼마나 마음이 평화로운지. 화단에 핀 꽃들을 따라 길가를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야! 안녕!"
"야! 우우우우와."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첫째는 정말 오랜만에 반가워서였고, 둘째는 정말 여기서, 인도에서 너와 만나다니, 세 번째는 그녀의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은 물론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그녀의 모습 때문이었다. 아니, 인도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