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해서 웃음이 난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열차를 타더라도, 단 5분이라도 지연이 되면 멈추는 정거장 하나 하나마다 양해의 말씀과 지연시간을 알려준다.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서비스라고 알고 자란 우리에겐 인도 기차의 연착을 마주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한국의 당연한 서비스가 얼마나 친절한 배려인지 감동스러운 지경이 된다.
십중육칠. 인도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예약을 만류하지 않을까 싶었다. 적게는 30분에서 그래도 날짜 개념은 살아있는지 하루를 못 채운 23시간까지 정말 상상을 초월한 연착 시간들을 들어본 것 같았다.
인도에서 예약이라니. 시간에 맞춰 예정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장한다는 그 의미의 예약과 인도? 왠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정시 출발보다 연착이 당연한 상황에선 무의미한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매번 화만 돋운다고 생각했던 그 인도 기차의 연착이 나름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언니 오빠들과 타는 인도에서 타는 마지막 기차에서 처음 깨달았다.
그 날은 바라나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델리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 마지막이라 생각되니, 우리 팀은 그동안 한 번도 안 하던 결정을 했다. 드디어 뿔뿔이 흩어진 것이었다. 보통 마지막이면 아쉬워서라도 더 다 같이 붙어서 같이 다닌다던데, 우리 팀은 배낭여행 내내 늘 함께 다니더니 오히려 반대로 마지막 날 딱 하루, 드디어 개인 여행을 떠났다.
바라나시에서 주어진 반나절. 누군가는 하루 종일 가트에 앉아 흐르는 강을 바라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바라나시 주변 골목과 힌두대학을 둘러봤고, 또 누군가는 근처 부처님께서 처음 설법하신 사르나트까지 돌아본다고 했다.
일행과 함께 다닐 때의 편안함과는 또 다른 혼자만의 여행이 가져오는 편안함이 있었다. 정해진 목적지, 머무는 시간도 그저 내가 원하는 만큼 여유 있게 느리게 보낼 수 있다는 장점. 문제는 그 맛을 하필이면 여행 마지막 날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각자의 여행을 각자의 장소에서 하다 보니 시간 계산이 예상과 빗나갔고, 모두 기차 시간에 늦게 도착할 샘이 돼버렸다. 큰일이다.